brunch

매거진 잡문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티하이커 Apr 06. 2018

스시와 사시미

나리타

8개월만에 다시 도쿄를 방문했다. 초여름, 늦여름에 이어 겨울이 한창일 때였다. 처음 만나는 도쿄의 겨울이었다.

Tatsu Sushi, January 2018

8개월 전 출국 직전에 먹었던 스시의 맛을 잊을 수 없어서 입국 수속을 마치자마자 서서 먹는 초밥집, 타츠 스시로 달려갔다.

Tatsu Sushi, Narita, May 2017

내가 타츠 스시에 반한 이유는 부드럽고 적당히 기름진 초밥 때문이었다.

Tatsu Sushi, Narita, January 2018

그러나 입간판에 세워진 이 메뉴를 보는 순간, ‘사시미를 먹어야지’라며 마음을 바꿨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마치 ‘모듬 사시미’처럼 보이는 2,000엔짜리 ‘하마 사시미’를 주문했다.

Tatsu Sushi, Narita, January 2018

마치 모듬초밥처럼, 꽤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이 등장했다. 참치, 새우, 흰살 생선, 문어 등이 있었다.

Tatsu Sushi, Narita, January 2018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츠 스시에서 사시미를 주문한건 실수였다. 분명히 스시로 먹었을 때는 밥 위의 회도 정말 맛있었는데, 사시미로 나오니 2%도 아니고 10%쯤 부족한 느낌이었다.

스시처럼 적당히 윤기흐르고 찰진 생선살이 아니라, 소금에 절여놓은 듯한 짭짤한 맛이었다. 짭짤하긴 했지만 감칠맛은 없어서, 바다에서 막 나온 물고기를 먹는 것 같았다.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였다. 도대체 왜 스시보다 사시미가 맛이 없는걸까.

어쩌면 1,200엔짜리 연어사시미나 참치사시미는 달랐을 수도 있다. 차라리 800엔 덜 내고 둘 중 하나를 먹을걸 그랬다.

풀리지 않는 스시와 사시미의 미스테리에 대해 생각하던 중, 2016년 히로시마 일식당에서의 점심식사가 떠올랐다.

Kagaya, Hiroshima, September 2016

고속버스로 이와쿠니를 다녀온 후, 소고백화점 식당가에 있는 ‘카가야’라는 일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캐쥬얼한 곳이 아닌 정통 일식당이라 기모노를 입은 점원이 서빙을 하는 곳이었다.

통에 담겨 있는 밥에 다양한 사시미가 얹혀 나오는 바라즈시를 먹었다. 보기에는 꽤 맛있어 보였으나 간이 맞지 않았고 (이것 역시 감칠맛은 없이 바닷물처럼 짜기만 했다) 상당히 비렸다. 그 때에 쓴 글을 봐도 “다음부터는 안전하게 스시를 먹어야지, 절대로 사시미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썼는데, 불과 1년 반만에 그 다짐을 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해버렸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썼고, 도시에세이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를 연재중입니다.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소재나 주제가 있으면 댓글 혹은 이메일(amy_423@naver.com)로 의견 보내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줄서서 먹어서 맛있는지도 모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