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쿠초의 망고 라씨 프라페
클림트전을 보러 도쿄에 갔을 때였다. 여느 때처럼 도쿄에 도착한 첫날은 야간 개장이 열려 늦게까지 전시를 볼 수 있는 금요일이었다. 저녁을 먹기엔 다소 애매한 여덟 시 반과 아홉 시 사이, 술과 식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긴자의 디 하트맨으로 가던 길이었다. 우에노역에서 야마노테선을 타고 유라쿠초역에서 내렸다.
긴자로 가기 위해 역사를 지날 때, 먹음직스러운 입간판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선명한 노란색의 음료 위로 하얀 크림이 소복하게 눈처럼 쌓여있었다. 간판을 자세히 보니, 망고 라씨 프라페였다.
시간이 늦었고, 일찍 닫는 가게도 많을 것 같아서 영업시간을 살폈더니 다행히 30분 넘게 여유가 있었다. 테이크 아웃도 가능했지만, 창문으로 비치는 가게가 너무 예뻐서 안에서 마시고 가기로 했다.
차와 음료, 베이커리 정도만 팔 줄 알았더니 다양한 쿠키와 디저트뿐만 아니라 컵도 팔고 있었다. 조금 프랑스 식료품점 포숑을 닮은 듯 보였다.
음료만 사기엔 아쉬워서 색색깔의 초콜릿 중 분홍색의 딸기 밀크 초콜릿과 레몬 초콜릿, 다쿠아즈 같이 생긴 피스타치오 샌드를 함께 구입했다. 물론 음료는 ‘이 카페에 눌러앉게 된 계기’인 망고 라씨 프라페였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니 곧 망고 라씨 프라페가 나왔다. 입간판의 사진처럼, 실물도 예뻤다. 그러나 한 모금 마셔보고 실망했다. 내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라씨의 맛이 아니었다. 참 싱거웠다.
카페는 정말 예뻤다. 소비자의 욕구를 끌어내는 디스플레이의 원칙에 충실했다. 샌드위치, 과일, 주스 등이 보관된 냉장고도 오픈식이라서 가까이서 살펴보고 직접 하나씩 고를 수 있다. 오감을 극대화하는 카페였다. 그러나 실제로 다섯 가지의 감각 모두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식도락에서 가장 중요한 미각이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
현혹되지 말자. 세련된 인테리어, 달콤한 향기, 폭신한 의자, 마음에 드는 음악이 흐른다고 해도 ‘맛이 없거나 평범하다’ 면 가장 중요한 것이 결핍된 것과 마찬가지라, 재차 방문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가게의 분위기보다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는 게 실속 있는 선택을 이끌어 낸다는 것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