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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14. 2022

*봉인된 의식 속의 통증

      -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19)


(봉인된 의식 속의 통증)


퍼렇게 날을 세운 말과 몸짓에, 대책 없이 베이고 찔려서 아팠던 상처에도 여러 번 딱지가 생기고 떨어지며 굳은 살이 박혔다.

 

게다가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이 오랜 시간에 묻히다보니 더러는 잊혀지고 더러는 퇴색되어갔다. 그대신 체념과 측은지심이라는 모호한 색깔이 덧칠해져서 먹고 자고 웃고 평온을 걸치고... 행복이라고 주장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가끔씩 낡아가는 육신의 약한 어느 곳이 발작처럼 촉수를 세울 때가 있다.


낯선 어느 별에서 밤 낮을 가리지않고 쏘아보내는 알수없는 음파 같은 이명,

단잠을 허락하지 않는 밤의 횡포,

지들 맘대로 삐그덕거리는 뼈마디들의 반란에 의지가 꺾일 때,

단단히 봉인된 의식 속의 통증이 되살아나곤 한다.




( 쪼들리고, 고프고 )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첫 아침을 맞은 날~

쌀 씻어 솥에넣고 아궁이에 불 지펴 조절하며 밥까지는 해봤지만, 반찬은 해본 적이 없는데 시어머님이 생선찌게를 하라고 손질도 안된 생선을 내놓으셨다.

그 아침의 공포라니...


"어머님, 할 줄 몰라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어머님께  배워서 할게요."


다행히 집에 와 계시던 할머님이 빨리 중재역할을 해주셔서 찌게를 어머님이 해주셨다.


음식도 집안 일도 잘 할 줄 모르니 시댁 문안에만 들어서면 주눅이 들었다

어머님이 준비해 주시면 시키는 일이나 겨우하고 설겆이나 했지만 실수할까봐 늘 불안하였다.



여섯 번의 제사, 생일, 설, 보름, 추석명절까지 행사는 거의 매달 줄을 이었다.


김장은 언제나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을 잡았다.

미리 담그는 동치미말고도 배추는  100포기 이상, 무김치, 파김치, 깍뚜기 등 어머님의 손은 항상 크셨다.


김장거리를 사들이고 양념거리를 준비하는 등 기본적인 일은 어머님이 해놓지만,

문제는 학교만 다니느라 집안 일에 서툴고 체력도 저질인 며느리를 참여시키기 위함이니 금요일 퇴근시간부터 나는 똥줄이 탔다.

퇴근해서 집에 들러 옷이라도 갈아입느라 조금 늦어지면 시누이를 시켜 빨리 안 오고 뭐하느냐고 재촉을 했다.



몸도 튼실하고 집안 일도 따르르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학생 때 공부 잘하고 똑똑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직장에서 능력있는 선생이 무슨 소용인가? 친정이라도 넉넉해서 흡족한 혼수예단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들도 며느리도 월급봉투를 통째로 척 안겨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혼할 때 남편도 나도 자기집  장남 장녀 노릇 하느라, 월급 어머니께 통째로 드리고 둘 다 빈털털이였다.

매달 온전히 챙기던 월급이 끊기고, 명절 제사 생일 어버이날 김장 등 행사 때만 푼돈으로 들어가고 용돈이라고는 눈꼽만큼 내놓으니 밉기도 하셨을 것이다.


남편은 중등으로 가기위해 야간대학에 다닐 때라 둘이 벌어도 늘 빠듯했다.

방 얻을 때 시어머님이 빌려주신 전세자금 15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곗돈과 이자를 어머님께 드려야 해서 따로 저축할 여력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신혼생활은 돈도 시간도 쪼들리고, 사랑도 많이 고픈 시절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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