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전재복 Dec 22. 2022

*눈 속에서 누리는 호사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24)


* 눈 속에서 누리는 호사


폭설이 내릴 거라고 문자가 뜨고,

쌓인 눈 위에 소리없이 눈은 자꾸 내려쌓인다.

어둠 속으로 눈부시던 한낮의 흰 색도 잠겨들고, 아랫 마을로 향하는 가로등 몇 개가 별처럼 눈을 뜬다.

세상은 온통 흰 색과 검은 색 뿐~

소리까지 삼켜버린 무채색그림 속으로 나도 그림이 되어 스며든다.



종일 폭설에 발이 묶여 집 안에서만 되작되작 놀았다. 어제 그제 도착한 선물을 오늘에야 풀어 놓았다.

88세이신 국민학교 2학년 때 은사님이 직접 만들어 보내주신 낙엽책갈피(?)와 알록달록 별모양 향초, 꽃동네 오웅진 신부님이 보내주신 귤 한 박스(제주도에서 수사님이 직접 농사 지으셨다는), 학습관 수강생이 직구로 보내준 귤 한 박스...

이렇게 따뜻하고 고마울 수가~! 고맙다는 전화와 감사의 문자도 보냈다.


또 하나 엊그제 사랑스런 시낭송가 그녀가 차 안에 슬쩍 넣어준 선물도 오늘사 꺼내보니 포근하고 멋스런 머풀러네~

사랑과 감사가 넘친다.


어둡기 전에 밖으로 나가 설경을 몇 장 찍고 꼼지락꼼지락 동영상 하나 만들었다.

12월이 가기 전에 반성문을 쓰듯이~^^

****************************************



*12월의 기도 /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 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긁은 나무들에게

올 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https://youtu.be/jg9MtdWMbUw



작가의 이전글 *반분은 풀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