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아프다 / 전재복
두 개의 역신이 멱살을 잡고
대라, 누구 편이냐
종주먹을 댄다
보이지 않는 시퍼런 칼날
목이 섬뜩하다
심장을 위협하는
벌건 인두
가슴이 타들어간다
내 손에 들린 건
시간의 등이나 긁어주는
나무호미 하나
풀대궁 꼬리붓뿐인데
경계 혹은 울타리 밖의 나를
도대체 해명할 길이 없다
너는 너 일 때 좋았고
그는 그 일 때 좋았다
너의 그런 점은 싫고
그의 그런 점도 싫다
서로를 인정하지 못해
적으로 돌아선
양날의 칼 앞에
섬약한 풀대궁만 진땀 흘린다
시절의 신음이 깊고도 길다.
202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