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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Feb 10. 2023

*허기를 깁다

    詩가 있는 풍경(44)

*허기를 깁다 /전재복



어느 먼 생에서

끌고 온 갈증이었을까

첫 숨을 뱉는 순간

본능으로 사랑이 고팠다


한 번도 충족하게

채울 수 없던 삶의 허기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목마름


물질이 아닌

무엇으로 채우리라

뼈를 갈았으나

바램은 늘 실금 간 조롱박

고일 수도 적실 수도 없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나 아니면 안 되는

사랑을 갈구했으나

거세당한 욕망

꿇린 무릎은

덧난 상처로 질척이고


시린 바람 속

허기를 깁는

눈물꽃이 환하다


*********************************


가당찮은 욕심이라 해도 상관없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라고 질책해도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왜 늘 허기와 갈증을 느끼는지 그래서 가끔 분하고 억울한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치켜드는지...


병약한 여인의 몸을 빌려 세상을 만나고, 핏덩이인 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고비를 넘겨 목숨을 부지했다고 들었다.

살아오는 내내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나름의 재능이 엇박자를 치고 돌았다.

보이지 않는 멍에를 목에 걸고 허풍쟁이 신에게 조종당하는 목각인형처럼 쓸쓸했지만, 어느 순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갈채들이 고마웠다.


사랑은 길지 않은 생을 살아오는 내내 언제나 목마르고 허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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