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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Nov 28. 2022

*詩가 있는 풍경(5)

    - 늦가을 오후 세 시쯤

*늦가을 오후 세 시쯤/ 전재복



늦가을 오후 세 시쯤

바람 없이도 후두둑  낙엽진다

건들기만 해봐라

핑게 없어 못 우는데


낡은 담벼락엔

선심인 듯 햇살이 머물지만

진즉 빠져나간 온기


물기 걷어간 나뭇가지 끝에서

차마 손 놓지 못한 잎사귀 몇 장

눈자위가 붉다


<2019년 제5시집 발표작>


마른 잎이지만 아직 놓지 못한 저 안간힘을  그냥 가을이라고 불러줄테다.

유리창 너머 바라보고만 있어도 목이 움츠러드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신다.

아직 첫 눈만나지 못했으니 가을비라고 불러줄거다.


생멸이 순환하는 계절의 길목에서 유난히 상실감에 젖는 계절, 11월 어느 늦은 세 시쯤 뜨락에 뒹구는 낙엽처럼 이미 식어버린 햇살은 쓸쓸하고, 안간힘으로 붙들고 있는 성근 나뭇잎도 눈물겹다.


새봄의 꿈을 품고 긴 겨울잠을 준비하는 저 나무들의 겸허한 몸짓을 읽는다.

나는 생의 어디 쯤을 가고 있는가?

늦가을 오후 세 시쯤이라면 참 많이 닮은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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