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집이 의례 그렇겠지만 남자애 두 명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려면 아침부터 부산하다. 하나는 젖병을 물리고 하나는 시리얼을 우유에 타 주면서 어린이집 가방을 싸야 한다.
첫째는 도시락 통과 수저를 챙기고 원에서 쓸 걸이에 걸 수 있는 작은 수건을 챙긴다. 그러곤 물통에 200ml 물을 담아주면 끝이다.
둘째는 젖병 2개와 200ml를 탈 수 있는 분량의 분유 2통을 챙긴다. 기저귀 6개에 갈아입을 옷과 손수건 5장, 여분의 파우치와 고무 빨대가 달린 물컵, 쪽쪽이를 챙긴다. 마지막으로 매일 선생님과 그날 있었던 일을 교감하는 원아수첩에 전날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분유와 이유식을 언제 먹었는지 변은 봤는지 잠은 얼마나 잤는지 뭘 하고 놀았는지를 간단히 적어 넣는다. 그나마 둘째가 10개월 차가 넘어가서 이 정도지 이전에는 기저귀와 젖병, 분유도 더 챙겨야 했고 여분의 옷도 2개씩 챙겼다.
아이들이 식사를 다 마치면 씻기고 이를 닦이고 로션을 발라주고 옷을 챙겨준다. 아이들의 준비가 끝나면 어른들도 나갈 준비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부부가 함께 하면 그나마 여유가 있다. 간혹 한 사람이 일찍 출근을 하는 상황이 생기면 남은 한 사람은 머릿속에 순서도를 그려놓아야 한다. 준비물은 빠뜨린 것은 없는지 이는 닦였는지 로션을 발랐는지 등등 정신을 챙기지 않으면 금세 길을 잃고 만다.
등원과 출근 준비가 끝나면 각자가 아이 하나씩을 데리고 8시 30분을 전후로 집에서 나온다. 차를 타고 어린이집으로 갈 때는 아기인 둘째를 영아를 봐주는 가정어린이집에 먼저 내려주고 거기서 2분 거리에 있는 7살 첫째의 어린이집으로 간다. 첫째까지 등원시키면 집으로 돌아가 각자 할 일을 하러 간다. 어린이집이 있어줘서 어른은 오늘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내려주고 큰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딴생각을 하다가 평소 가던 길을 지나치고 조금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 길에 ㅇㄱ어린이집이 있었다. 사실 그 어린이집 앞으로 지나가도 원래 길과 거리 차이는 거의 없는데 등원 시간인지라 오르고 내리는 차량과 주차된 차량이 얽혀 항상 지체되는 곳이었다. 그날도 당연하게 몇몇 차가 아이를 내려준다고 길을 막았고 그 차들이 빠지고 나서도 더 이상 반대편에서 오는 차가 없을 때까지 몇 분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와! 이제야 빠져나왔네. 우리 효신이(둘째)가 좀 더 크면 여기 어린이집 보낼까도 생각했는데 여기 어린이집은 다니면 안 되겠다."
나의 이 말에 궁금증 많은 첫째가 물었다.
"아빠, 왜 효신이 여기 어린이집 다니면 안 돼?"
"아까 차 많은 거 봤지? 우리 거기 지나오는데 한참 걸렸잖아. 효신이 여기 다니면 매일 여기 차 타고 데려다줘야 하는데 이렇게 막혀서 어떻게 다니겠니!"
"그러면 효신이 여기 어린이집 다니면 안 되겠다."
평소 같으면 "왜?"라고 몇 번을 물었을 아이가 그날따라 한 번에 수긍을 해서 의외이긴 했지만 일일이 같은 대답을 몇 번 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여기 ㅇㄱ어린이집이 창의 프로그램도 하고 평이 좋긴 한데 길이 좁아 차가 막혀서 등 하원이 어려우니까 이 어린이집에는 안 보내는 걸로 해야겠다."
"그러면 효신이 여기 어린이집 다니면 안 되겠다, 아빠"
아이는 같은 말을 하며 너무나 쉽게 아빠 말에 다시 동조했다. 차가 막히던 것에 대해 투덜대던 마음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아이에게 농담을 걸고 싶어졌다.
"주완아(첫째)? 아빠가 생각해보니 차를 타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건 어려워도 걸어서 데려다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내년에 효신이가 ㅇㄱ어린이 집 다니면 주완이가 학교 가는 길에 효신이 손잡고 걸어서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면 보내도 될 것 같아! 어때?"
첫째는 무덤덤하게 창밖을 보고 있다가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얘기했다.
"그러면 효신이 여기 어린이집 다니면 안 되겠다."
아이의 한마디에 운전하던 아빠와 뒷자리에 앉아 듣고 있던 엄마는 아침부터 깔깔 웃었다. 이런 게 바쁜 아침 등원 속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는 깨알 같은 재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