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내 마음은 슬픕니다.

by 천정은

직장생활에 목메어 살다 보니 내 감정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내 감정을 속인 채 몇 년을 살았더니 슬퍼도 기쁜 척하는 게 습관이 돼버렸습니다.

겉은 웃고 있는데 속에서는 눈물이 납니다.

정신과라도 가서 치료를 받아볼까?

생각하면서도 혼자 삭힙니다.

오늘은 눈물이 날 거 같습니다.

이렇게 참아온 내가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해서 말입니다.

월급날을 참고 기다린 내가 말입니다.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는 직장이라는 곳은 나의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15년 차가 지나 보니 직장은 나에게 나의 능력만큼만 돈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직장이라는 곳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냉정한 세계 라는걸 느꼈습니다.

몸이 아파서 전화를 했습니다.

병가를 쓰겠다고 말입니다.

과장의 한마디는 병가 대신 남아 있는 연차를 쓰랍니다.

맞습니다.

연차가 몇 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냉정합니다.

내 몸 아픈 건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가 봅니다.

사실 출근해서 급한 일 끝내고 병가 쓰고 가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로 연차 내고 나오지 말라는 말에 섭섭함이 느껴지는 건 뭘까요?

푹 쉬라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나는 언제든 직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 존재구나..라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의 내 마음은 더욱더 슬픕니다.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수액을 맞으면서 머릿속은 내내 이 생각뿐입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쵸.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겠죠.

그래서 저처럼 참고, 인내하고, 가면을 쓰고 견디겠죠.

그런 내 마음이 오늘은 참 슬픕니다.

슬픈 마음을 붙잡고 오늘도 하루를 살아냈습니다.

연차로 내 아픈 몸뚱이를 위로하면서 말입니다.

당신들이 알겠습니까?

내 마음을 말입니다.

아프면 연차 써.

병가는 무슨...

일 못할 거 같으면 나오지 말고..

쉽게 내뱉은 말들이 나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말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나는 펑펑 울었습니다.

몸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파서 말입니다.

지금까지 내 슬픔을 꼭꼭 눌렀는데 말입니다.

오늘은 오롯이 나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내 슬픈 감정을 처음으로 들어다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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