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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Feb 18. 2021

환자가 죄인입니까?

환자가 죄인입니까? 병이라는 죄목을 들고 찾아온 교도소 같다.

월요일 아침 뜬 눈으로 지새운 밤은 나에게 혹독했다.

잠은 안자도 상관없었지만, 마냥 기다리는 건 잔인했다.

벨을 누르면 담당 간호사가 나왔지만, 답변은 잘 모른다. 교수님이 월요일에 출근하면 시술을 할 거 같다.라는 애매한 답이었다.

분명 응급이라 어제라도 한다고 했는데, 왜 내과 주치의와 이야기가 다르냐고 물었지만 자기들은 모른단다.

한마디로 담당 교수님 마음이라는 거다.

그 순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교수라는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 그 사람 또한 열심히 살았을 거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교수에게 환자는 마냥 죄인인 걸까?

중환자실 앞에서 밤을 새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병이라는 죄목을 들고 죄인처럼 취급받는 죄인 같다는 느낌 말이다.

간호사 조차도 교수 마음이라고 표현하면 보호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교수님께 한번 여쭤보면 안 되나요? 

주치의 선생님 얼굴 한번 보면 안 되나요?

주치의 선생님이 누군지, 교수가 누군지 조차 알지 못했다.

그냥 중환자실 앞에서 마냥 72시간의 밤을 지새웠다.

월요일 아침 병원은 그야말로 북적북적거렸다.

휴일과는 달리 모든 직원이 출근을 했고, 원무과는 많은 사람들이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

진료실 안은 빽빽이 앉아서 자기의 순서를 부르기만을 기다렸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병원 풍경이다.

나 역시도 중환자실 의자에 앉아서 언제 시술을 하나 마냥 기다렸다.

오전 11시 정도가 되어서야 간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지금 시술하러 내려갈 거라고 말이다.

3일 만의 처음 보는 아버지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고, 내 목소리가 들리는지 어.. 어..라고 대답만 했다.

아버지,, 꼭 견뎌야 해요..

지금 시술하러 갈 거예요..

방사선과로 가면서 나는 아버지 손을 꼭 붙잡았다.

손등에 멍과 각종 수액들, 그리고 옷을 벗고 기저귀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왈칵 울음이 쏟아졌다.

강했던 과거의 아버지의 모습과 달리 지금은 한없이 처량한 아픈 노인의 모습이었다.

방사선과의 직원들은 무거운 방사선 차단 앞치마를 입고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수님이 누구지? 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젊은 분이 컴퓨터 모니터링을 보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교수님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권위 있는 태도와 앉아서 모니터링만 보는 태도를 보면서 말이다.

나는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라며 인사를 했다.

네.. 라며 쳐다보지도 않고 시술실로 들어갔다.

찬바람만 부는 이분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그 순간만은 내가 약자였다.

행여나 시술이 잘못될까 봐 노심초사였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나자 교수는 장갑을 벗더니 내 얼굴을 보며 따님인가요?

네... 선생님..

사실 응급이라고 들었는데, 왜 시술을 이제야 하죠?

라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 순간만큼은 지푸라기 라도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교수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버지 상태가 안 좋아요.

이 시술한다고 좋아질 리도 없고요.

이건 말 그대로 응급시술이고, 앞으로 돌도 깨고 심장부전 치료에 간부전 치료, 담낭 절제도 해야 하는데 버틸 려나 몰라요.

이미 병원에 올 때부터 패혈성 쇼크에 모든 장기 부전이 왔어요.

알고 계시죠?

아뇨.. 몰라요.. 자세한 설명을 못 들었어요..

교수는 이병은 두 명 중 한 명은 돌아가시는 병이에요..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였다.

사무적인 말투, 냉랭한 설명에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교수님, 교수님 최선을 다해 주세요..

교수님,, 제발,,

교수는 설명이 끝났으니 올라가라며 다음 환자 시술을 위해 들어갔다.

순간, 네가 지금의 나였다면 너는 어떤 마음이 들겠니?

지금 이게 교수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야?

최선을 다해볼게요.. 그 말이 그렇게 어렵니?

아픈 게 죄야?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 순간은 참아야만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다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마침 병이라는 죄목을 들고 교도소로 들어가는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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