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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26. 2020

학습하는 힘

Opellie의 주관적 개념정의

살아오는 시간 속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젊은지 아닌지는 그가 계속 배우는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입니다. 계속 배우는 사람은 외형적 나이와 관계없이 젊은 사람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록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더라도 젋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어찌보면 우리가 꼰대를 정의하는 기준 중 하나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채용을 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제시하였습니다. 바로 "학습하는 힘"입니다. 학습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설사 그 출발점이 전자가 더 부족하다 할지라도 차이가 있음을 개인 경험에 비추어 나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까닭입니다. 지금 당장 미흡함이 있더라도 나아짐이 있다면, 다시 말해 '학습'을 하고 있다면 기업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어느 분은 '학습하는 힘'이라는 단어에 대해 선천적인 것으로 단정을 짓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IQ와 같은 아이들 입니다. 반면 제가 생각하는 '학습하는 힘'은 이런 선천적인 성격과는 조금 다릅니다. 만일 우리가 말하는 '학습하는 힘'이 주어진 것을 다른 누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외우는 것이라고 한다면 선천적인 특성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제 다른 글을 보셨다면 짐작하시다 시피 '학습하는 힘'이라는 단어를 주어진 것이 아닌 만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후자의 개념으로 학습을 이해하면 기존에 우리가 주어진 것을 열심히 외웠던 시간은 '학습하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학습'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계였노라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금 오래되긴 했는데 직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세 단계로 구분하여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각 단계를 구분하는 기준은 지식과 사고의 상대적 비중이었죠. 처음 직무를 만났을 때에는 그 직무에 필요한 지식을 일정수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종의 '학습'을 위한 준비단계입니다. 제가 이 단계에 있을 때 했던 주요 행동은 최대한 많은 자료를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세미나를 쫒아다니고 확보 가능한 자료를 찾아 살펴보고 학원 등의 강의를 듣는 일 등 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지식의 비중이 줄어들고 사고의 비중이 증가합니다. 어디까지나 비중이므로 지식의 절대양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요. 오히려 지식의 양은 계속 누적되므로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계속 늘게 됩니다. 이렇게 직급을 이야기한 배경에는 '학습'에 대한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습니다. 시작점의 학습은 주어진 것이지만 어느 순간부터의 학습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좀 더 진정한 의미의 학습이라 말할 수 있는 영역은 전자가 아닌 후자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이해하는 학습하는 힘은 IQ와 같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힘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라 말하는 게 좀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부족함을 알고 있기에 그 부족함을 채우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노력의 과정을 통해 주어진 학습에서 만들어가는 학습으로 이행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학습하는 힘을 이야기하면 다음의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노력해도 안되는 경우는 없을까?


어릴 적에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고 남들보다 노력도 많이 하는데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속상해하던 친구였지요. 저도 어리 ㄹ때라 그 땐 왜 그럴까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지만,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 노력을 하는 방식에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학습을 하지 못하고 타인의 학습을 따라하려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 경우 어릴 적부터 수학을 그리 잘 하진 못했습니다. 대신 국어나 암기과목은 좀 더 성적이 잘 나왔었지요. 제가 수학을 마주했던 방식은 말 그대로 문제 자체를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의 도움으로 중2부터 중3까지 매일 한 문제씩 노트에 젂어 풀어서 선생님께 매일 검사를 받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수학을 최고수준으로 잘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다른 과목의 성적에 영향을 줄 정도로 못하지는 않게 했다고 할까요. 따라서 학습하는 힘은 단순히 '노력한다' 내지 '열심히 한다'만으로는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무언가를 잘 외우고 주어진 것을 잘 받아들인다만으로도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개인마다의 개념정의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학습하는 힘은 '나'를 아는 것과 '만들어가는 것으로서 행동'이 포함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습은 일종의 순환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게 되고 우리가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생각을 표현하며 그 표현에 대해 다시 외부로부터 '나'를 향해 들어오는 의견과 지식과 정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대상을 조금 달리해 보면 이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매우 흡사합니다. 우리가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일이 진행되는 프로세스와 산출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개선의견을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 과정의 순환입니다. 어쩌면 '일을 통해 성장한다는 말'의 의미가 이러한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습하는 힘이라는 제 대답에 대해 이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단정짓는 현상을 마주하고 조금 당황했습니다. 뭔가 설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남기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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