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Oct 31. 2023

조직문화를 반문(反問)하기

그래서 조직문화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언가 개념적인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반문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조직문화를 왜 물어보는 건데?」라고 물어볼 수 있을 겁니다. 왜?라는 단어에 대한 묘한  거부감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대화의 주체들이 서로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음을 전제로 우리는 이러한 방식의 질문을 통해 제법 괜찮은 혹은 그럴듯한 생각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글에서는 조직문화에 대해 제가 받았던 질문인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로 질문의 꼬리를 만들어가 보려 합니다.


"조직문화란 무엇일까?"

"왜 조직문화가 궁금하지?"

"조직문화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조직문화가 왜 중요하지?"

"조직문화가 경영에 도움이 되는 걸까?"

"경영이 뭔데?"

"경영,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활동 아닐까?"

"그럼 조직문화가 기업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까?"

"그 역할을 하는 조직문화를 바람직한 조직문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바람직한 조직문화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문화도 있다는 거네?"

"바람직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경영에 도움이 되고 도움이 되지 않는 것?"

"도움이 되고 안되고는 결과인데 지금 우리 대화에서 조직문화는 input이잖아"

"Input으로써 바람직한 결과를 이끄는 조직문화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행동양식이라고도 하던데"

"어떤 행동이 바람직한 조직문화로 연결되지?"

"질서 정연한 조직과 어수선해 보이는 조직이 있어. 둘 중 무엇이 바람직한 거지?"

"바람직하다는 걸 확인하는 기준은 결과인데 이  질문에는 결과가 없어"

"조직문화는 input이니까"

"대기업 등은 관료제에 기반한 질서라는 게 있고 성과를 내고 있으니 질서 정연한 게 바람직한 걸까?"

"우리가 흔히 관리의 OO라고 부르잖아"

"그런데 유니콘 기업들 중에는 셀이라고 부르는 독립적인 조직 형태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곳도 있어"

"그들도 유니콘 기업이라 불릴 만큼 성과가 있으니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질서 vs. 어지러움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 조직문화라고 판단할 수는 없겠네"


"그냥 구성원들이 일하기 편하게 해 주고 칼퇴근 보장하고 물질적 보상 잘해주면 좋은 문화 아닐까?"

"그게 과해서 비용이 커지면 경영이 어려워지는 거 아냐?"

"네가 말한 대부분이 고정비라구"

"그러면 일단 무조건 잘해주는 것만으로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말할 수는 없겠네"


"일단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지속적이라는 건  어느 정도의 기간을 말하는 걸까?"

"기업은 성장하고 있는데 기업 구성원의 조기 이탈률이 높다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직률이 높은데 장기근속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높다면?"

"이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새로 입사한 사람들이고 기존의 사람들은 계속 다닌다면?"

"고인물 아닌가? 그건 사내정치와 같은 세력이 있다고도 할 수 있을거 같은데"

"럼 이직률만으로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는 것도 맞지는 않겠네"


"다시 원점으로... :)"

:)

:)

:)

...


누구나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꿈꿉니다. 경영자분들은 좋은 기업을 만들기를 희망하고 구성원들도 좋은 기업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자신도 좋은 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안타깝지만 조직문화는 답이 없습니다. 어느 경영자분은 '우리 직원들은 넷플릭스 구성원이 아니라서 우리가 넷플릭스처럼 될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굳이 우리는 넷플릭스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우리는 우리 나름의 답을 찾아가면 됩니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은 매우 험난합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위에서 본 무언가 말장난처럼 보이는 무수히 많은 질문과 답, 그리고 이들에 대한 비판적  사고의 무한에 가까운 루프(loop)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대기업, 유니콘 기업의 조직문화 사례에서
우리가 가져와야 하는 건

"그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들은 왜 이렇게 하고 있는가?"입니다.


조직문화를 정의하는 건  어렵습니다. HR을 하고 있는 제가 보는 관점에서 조직문화는 '우리 기업이 일 하는 방식'이라 말을 하고 있지만 다른 직무, 관점에서는 또 다른 정의가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조직문화가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필요합니다'라는 대답을 드립니다. 그 이유는 다음의 문장과 같습니다.


"나쁜 일은 그냥 놔두면 알아서 발생하지만,

좋은 일은 의도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다"


이 문장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 또 다른 논의가 있을 수도 있겠죠.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당분간 열린 결말입니다.



HR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인사담당자분들이 혼자 하고 계시는 인사와 관련된 고민이 있으시다면 그고민을 나눠주세요. 같이 고민하면 해결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HR에 관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