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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Dec 10. 2023

4.상호작용으로서 경험에 대한 이해


Epi1.

중학생 시절에 우리들 사이에 축구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오전에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수업이 있었는데 우리들은 조금이라도 더 축구를 하기위해 3교시와 4교시 사이의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먹곤 했습니다. 4교시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와 동시에 우리들은 일제히 운동장으로 달려나가곤 했지요. 한시간 가량 뛰고나면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 교실로 들어옵니다. 당시도 그랬죠. 땀과 물이 구분되지 않은 모습으로 교실을 들어서는 저를 친구 하나가 멈춰 세웁니다. 그리곤 이렇게 한 마디를 하고는 교실로 들어가버립니다.


"넌 이기적이야"


갑작스런 상황에 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수업에 늦을테니까요.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니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사실 그때 그 친구가 저에게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는 알지 못했고 시간이 제법 지난 지금도 전 당시 그 친구가  한 말의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당시의 제 자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당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 이기적으로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혹여나 제가 인지하지 못한 어느 찰나의 순간에 그에게 이기적으로 보였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 친구를 수업이 끝나고서 쫒아가 물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의 어린 저는 물어보기 대신 돌아보기를 선택했습니다.


Epi2.

사회에 나와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HR기준 5년차 정도를 보내던 시기에 저와 동갑내기인 HR을 하던 동료가 술자리에서 저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HR은 그렇게 하는 게 아냐"


술 기운을 빌어 솔직해진다고 해야 할까요?공채 출신의 그의 눈에 경력 입사한 제가 불편했을까요? 어떤 게 그의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말을 들었을 때 저는 중학교 시절과 동일한 선택을 했습니다. 그에게 불쾌함을 표하는 대신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죠.


"혹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그 고민에 기반한 결론은 '제가 하는 HR이 맞다고 생각한다' 였습니다.  


경험은 상호작용이다

경험을 한다는 건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우리가 맡고 있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상사, 동료, 구성원분들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해, 우리가 일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 필기도구, 참고자료와 같은 사물을 포함해 그들과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상호작용의 시간을 우리는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 상호작용이라는 것은 그 경험을 만드는 과정에  우리들 자신이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컴퓨터, 필기도구, 관련자료들은 우리들이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겠지요. 

상사, 동료, 구성원 등의 사람은 어떨까요? 물론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앞서 언급한 사물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상호작용과는 분명 다릅니다. 사물은 그들이 가진 기능을 제공하고 우리가 그 기능을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해 그들이 우리들에게 다시 피드백을 하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것처럼 사람은 좀 다른 면이 있을 겁니다. 일종의 재 피드백이 때로는 우리들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고 때로는 그것이 일종의 상처로 남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 그 상처가 억울한 상황도 우리는 만나게 됩니다. 

경험과 자기계발

때로는 속상하고 억울한  경험일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 자신이 제법 잘했다고 생각하는 경험일 수도 있을 겁니다. 속상하고 억울한 경험을 만나서 화를 낸다면 화가 풀린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럴수록 더 화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 머리 속에서 상대방을 최종 빌런으로 규정해버리는 거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러고 나면 사실 남는 게 없습니다. 어릴 적 만화 영화처럼 항상 옳은 '나'와 항상 잘못된 '최종 빌런'만 남게 됩니다. 이러한 결론은 사실 우리들 자신을 계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나'로서 우리들이 모든 상황에서 항상 옳은 판단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자기계발을 한다는 건 우리가 지속적으로 부족함을 채워서 우리들을 보다 온전한 상태로 만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경험은 그 부족함을 우리가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제법 좋은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3인칭 관찰자 시점

우리가 하는 수많은 경험을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단순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일정 수준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주는 당혹스럽고 긴장되는 감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니까요. 저는 이를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부릅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내용으로 돌아가 보면 3인칭 시점에는 작가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있습니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작가가 작품의 내용에 직접 개입을 하는가?입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사실 우리는 이미 관여가 되어 있지만 그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혹은 기대하지 않았던 상호작용이 발생했다면 잠시 우리를 '관찰자'의 입장으로 돌려놓고 생각을 해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해와 공감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공감'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를 할 수 있는 경험을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이해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상대방과 다음번의  상호작용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여기에서 '이해'는 무조건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하는 말과 행동의 기반을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이해의 결과에 따라 우리는 최악의 경우 그와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의 일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배움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 다시 말해 상대방이 말하고 행동하는 기제(機制, basic underline assumption)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이해를 통해 우리가 상대방으로부터 배울 것과 배우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당장의 불편함은 있지만 그 속에서 배울점과 배우지 않을 점을 알게 되는 것은 자기계발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자기계발을 위한 경험으로부터  배움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배울점 뿐 아니라 배우지 않아야 할 점을 알게 되는 것도 배움에 포함된다는 것일 겁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그 배운다는 것에 대해 살펴볼 차례입니다. 


#Opellie#자기계발#브런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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