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진학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여전히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걸 대학원이라는 방법론으로 조금은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죠. 혼자 하는 생각은 나름 많이 했지만 생각이 정리되기 보다는 무한루프로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HR을 시작할 무렵에 모임을 통해 뵈었던 분이었죠. 사실 저는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을 잘 하는 편은 아닙니다. 특히나 고민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건 더욱 어렵죠. 그렇게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고 퇴근시간 그분이 계신 곳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대화가 오고가던 어느 시점에 제가 들었던 말은 이랬습니다.
"Opellie, 이미 너는 답을 가지고 있어"
자기계발이란 별도의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내어 별도의 말과 행동을 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일상의 모든 사람, 사물들이 우리들의 자기계발의 재료가 될 수 있고 이는 달리 말하면 자기계발은 상시로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앞의 글에서 이야기드린 것처럼 그 환경들을 자기계발의 재료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도 가능하겠죠.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우리들 자신이 사람이라는 점 입니다.
사람으로서 우리들은 불완전하죠. 그래서 자기계발이라는 단어가 필요하고 존재하기도 하겠지만 불완전하다는 건 우리가 아무리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해도 그 노력은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대학원 원우분들과의 독서모임에서 다루고 있는 책 제목입니다. 한글 번역본인데 제가 읽고 있는 게 한글이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이해하기 쉽지만은 않은 책이기도 합니다.(이건 제가 가진 한계이겠죠)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느낌은 '무섭다'였습니다. 세상에 'OOO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큼 무섭고 어려운 질문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독서모임에서 다른 원우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로소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아 이게 이런 의미이구나' '여기에서 이게 중요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모임이 취소되었을 때 괜히 편함을 느끼는 사람', 네 제가 종종 그렇습니다. 전형적인 내향형 인간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일을 합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선호하지 않지만 사람을 만나는 걸 꺼려하지도 않습니다. 특히나 제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대화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책을 보고 논문을 보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도 좋은 자기계발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자기계발에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아직까지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아직까지는'은 우리가 생성형 AI라 부르는 아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로 두었습니다.
사실 자기계발에 있어 사람은 극과 극의 영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과의 대화는 자기계발을 막거나 오히려 퇴행하게 만들기도 하고 어떤 사람과의 대화는 우리들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고 우리의 에너지를 고갈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사실 그들이 딱히 우리들에게 답을 주는 것도 아닌데 우리들의 생각이 정리될 수 있게 도와주고, 우리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글머리에 소개드린 이야기의 그분처럼 말이죠. 무언가 의도를 가지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나서 대화를 하면서 무언가 생각을 하게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 누군가에게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흔히 말하는 명사가 아니라도 누군가 우리들이 계속 생각하게 해주는 사람, 그리고 동시에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자기계발을 보다 쉽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Opellie#자기계발#브런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