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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20. 2024

4. Opellie, 인사를 하기로 하다

첫 이직의 의미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첫 이직의 시간을 기억할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시간을 기억하는 편에 해당한다. 2008년 4월의 시작을 앞둔 주말동안 고민한 결과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었고, 4월이 시작하는 1일에 팀장님께 사직의사를 밝혔다. 나에겐 첫직장이었고 그래서 더 애정도 많았지만 그래서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속상했던 일들도 많았다. 


"팀장님, 저 퇴사하려고 합니다"


"왜그래?"


"어디 갈 데 있어?"


"아뇨"


"그런데 왜?"


"인사업무를 좀더 하고 싶어서요"


'인사업무를 하고 싶다'는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표면적으로 조직개편과 함께 나게 될 부서이동발령에 대한 건이었고, 그 속에 담긴 또 다른 의미는 인사업무를 제대로 하고 싶다 였다. 4월 1일 사직원을 제출했다. 마지막 근무일은 4월30일, 정확히 한달이 남았다. 


퇴사를 한다는 건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 퇴사란 익숙함 대신 낯설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낯설음은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고 적응이라는 과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사회에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나에게 그 낯설음, 불안정함은 무엇보다 큰 문제였다. 그럼에도 그걸 감수하면서, 자칫 당장의 물질적 어려움을 만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퇴사라는 선택은 그만큼  나에게 인사라는 일이 중요한 존재라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4월 1일 사직원을 내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이력서를 작성하고 채용포털에 업데이트하고 지원할 수 있는 공고들을 살펴본다. 회사에서는 업무 마무리를 위한 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저녁이 되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노동법 학원, 인사담당자 모임, 특강 등을 찾아 다녔다. 


한달 동안 세곳의 면접을 봤다. 퇴직일자는 다가오는데 여러 곳에서 서류전형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그중 면접을 본 세 곳 중 두 곳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불안함이 나를 사로잡기 시작할 때 세 번째 기업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다. 합격통보를 받은 날은 마침 매월 참석했던 명사특강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 명사특강의 주제는 'Break the box'였다. 모 글로벌 기업의 당시  아태지역 총괄이셨던 분이 연사로 나오셨다. 한 시간 반 정도의 강연이 끝나고 건물을 나와 여의도의  어느 건물 옆 골목으로 나왔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울었다. 


'울음'의 의미는 항상 그렇듯 복합적이다. '퇴사'라는 결심을 하고 공식화한 후 한달  동안 혼자서 감내해왔던 불안함이 녹아들어 있었고, 내가 한 선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 있음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인사라는 일을 좀더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담겨 있었다.


"퇴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공개한 후 1달의 기간은 당시로는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무게감  같은 것이었다. 1차적으로 당장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아무것도 준비가 안된 상태로 내린 내 판단이 맞는 것일까라는 내 자신에 대한 점점 커져가는 의구심이 주는 부담감도 있었다. 계속된 서류탈락과 면접탈락 소식은 점차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Break the box'

그날  명사특강의 주제는 'break the box'였다. 스스로 상자를 깨고 나아가야 한다고. 이로서 온전히 상자 밖으로 나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건 스스로 상자 밖으로 나오는 경험을 해봤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좀더 중요한 것은 상자 밖으로 나가야 하는 타이밍을 판단하는 기준 하나를 배웠다는 것이었다. 내가 인사를 계속 할 수 있는가 라는 기준이다. 


특강이 끝나고 여의도 어느 건물 옆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게 혼자 울었다. 그리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했다. 


"저 회사 나오기로 했어요"


"근데 걱정 안하셔도 되요. 다음주부터 다른 곳으로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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