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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Dec 06. 2024

15. 오늘은 패밀리데이 입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자리를 옮긴 기업에서의 첫 달이 지나고 있었다. 그 기업은 내가 입사 전부터 패밀리데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제도였다. 개인적으로 이전 회사에서 이와 유사한 제도를 직접 만들어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리 어색하거나 낯선 감정이 있지는 않았다. 패밀리데이의 수요일이 되었고, 난 옆 자리에,  나보다는 먼저 이 기업에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동료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이 패밀리 데이 맞죠?"


내  말에 그 동료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맞긴 한데, 일찍 퇴근할 수 있을까요?"


무언가 낯선 늬앙스에 좀더 물어본다. 회사는  패밀리데이를 운영하고 있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 맞긴 하지만 대표이사님이 패밀리데이를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패밀리데이에 일찍 퇴근하는 것을 대놓고 무엇이라 말하진 않았지만, 흔히 말하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고.  다들 눈치를 보느라 패밀리데이라고 부르는 제도가 있고, 채용공고 등에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그 제도를 사용하기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제도를 이야기할 때 나는 항상 메시지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제도란 창업자, 경영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이다. 제도에 담긴 외형적 메시지와 현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실질적 메시지, 이 둘은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제 이용하지 못하는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만 가진 제도는 구성원의 기업과 일에 대한 몰입을 빠르게 소진시킨다.


"제가 좀 해볼까요?"


"네?"


전사 안내 공지 메일을 쓴다. 오늘이 패밀리데이라는 걸 알려주고 패밀리데이에 담긴 메시지를 담아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주변에서 우려하는 말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대표님이 패밀리데이를 좋아하지 않으시는데 이렇게 공지를 해도 괜찮겠냐는 내 신상에 대한 걱정의 말들이었다. 


"걱정 안하셔도 되요. 괜찮습니다"


시간이 지나 퇴근시간, 보다 정확히는 패밀리데이라는 제도가 정한 퇴근시간이 되었다. 인사팀 공지를 본 구성원들은 삼삼오오 퇴근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대학원 수업에서 교수님은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신 적이 있다. 


"네가 만들려는 제도를 상품이라고 생각해봐"


"네가 볼때 정말 잘 만들었고 멋진 상품이라고 해도 소비자가 활용하지 못하면 그 상태에서도 너는 그 상품이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기업들의 제도들을 보다 보면 일부 기업들은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제도를 만드는 경우를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만나곤 한다. 패밀리데이를 싫어하지만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하고, OKR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남들이 한다고 하니까 우리도 하는 식이다. 누군가는 모형이라도 남아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외형과 실질이 다른 제도들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좋은 사례로 활용된다. 어느 MZ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속았다"


기업은 구성원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지만 그 속임수는 영원할 수 없다. 그것이 속임수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구성원은 기업,  구성원, 동료를 믿지 않게 되고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의 근거로 속임수를 활용한다.


제도는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제도는 구성원에 대한 경영진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 메시지는  경영진의 진심이어야 하며

그 메시지는 속임수가 아닌 설득과  소통을 통해 전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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