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인물 및 사건에 대한 안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장소, 단체, 사건은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 허구입니다. 현실 속의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유사하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의 일치이며, 어떠한 의도나 사실과의 연관도 없음을 밝힙니다.
(회색빛 오후. 마케팅팀 사무실 창밖엔 흐린 구름이 깔려 있고, 사무실 안에는 키보드 소리만 희미하게 들린다. 카메라는 한 책상 위에 놓인 손목시계를 비추며 시작한다. 3시 정각. 시계의 초침이 "딸깍" 소리와 함께 움직인다.)
(그 손의 주인은 이경민(36). 흰 셔츠 소매를 걷은 채, 서랍 속 서류철을 하나씩 꺼내어 조용히 정리하고 있다. 어떤 것도 바쁘거나 급하지 않다. 모든 동작이 ‘마지막처럼’ 조심스럽고 질서 있다.)
(책상 위 노트북엔 워드 창 하나가 열려 있다.
작성 중인 사직서의 마지막 문장 위에 커서가 깜박이고 있다. 화면 클로즈업)
“이곳에서의 시간은 단지 이력서 한 줄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하나의 계절이었습니다.”
(이경민은 손을 멈추고 화면을 바라보다가, 문장 끝에 점 하나를 덧붙인다.
이내 ‘파일 저장’을 누르고 문서를 PDF로 변환한다.)
(그가 고개를 돌려 회사 벽에 걸린 창문을 바라본다. 유리 너머, 다른 부서 직원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희미하게 비친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그의 눈빛엔 부드러운 거리감이 떠오른다—아쉬움이 아니라, 다가가기보다는 떠날 준비가 된 사람의 고요한 시선.)
(이경민은 스마트워치를 확인하고, 회사 메일을 띄운다. 제목을 입력하기 시작한다.)
� 수신: HR팀 / 제목: [퇴사 면담 요청 – 이경민]
(그는 커서 위에서 잠시 손가락을 멈춘다. 잠깐 숨을 고르고 나서, 보내기 버튼을 누른다.
메일이 발송되고 난 직후, 카메라는 그의 옆모습을 따라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줌아웃한다.)
여기에 내가 쌓아온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시간을 ‘소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나는 나로 살아보고 싶었다.
*(카메라가 복도 유리창 너머로 시선을 옮긴다.
그 뒤로 사무실 전체는 평온하다.
누구도 몰랐다. 한 사람이 지금,
자기 삶의 방향을 조금 바꾸는 순간이라는 것을.)
(회의실. 오후 햇살이 뉘엿하게 들어오고, 화이트보드엔 “월간 이직·퇴사 현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회의실 테이블엔 커피잔 몇 개, 퇴사 통보서 한 부가 놓여 있다. 조용하지만 살짝 긴장된 공기.)
경민 님요?
이직도 아니고, 창업도 아니고… 딱히 목적 없이 퇴사?
실적도 괜찮고 문제도 없던 직원이에요. 이런 결정을 갑자기 왜 하는 거죠?
메일에선 “하고 싶은 일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하고 싶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기록을 보니까 7년 근속했고, 매년 성과도 안정적으로 내셨고요.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가요.
우리가 뭘 놓친 건가 싶고요.
혹시 내부 피로도? 조직 스트레스?
다 분석 대상이에요. 퇴사도 관리 지표니까요.
(한도윤이 조용히 말을 자른다. 손엔 따뜻한 커피가 들려 있다.)
관리의 관점에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게 하나 있어요—퇴사는 곧 조직이 떠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자기 삶을 선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것.
(잠깐 정적. 정지우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적는다: ‘퇴사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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