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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평가는 끝나지 않았다

by Opellie
『작품 속 인물 및 사건에 대한 안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장소, 단체, 사건은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 허구입니다. 현실 속의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유사하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의 일치이며, 어떠한 의도나 사실과의 연관도 없음을 밝힙니다.


에피소드 개요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평가 시즌. 모두가 숫자와 등급에 매달리지만, 누군가는 점수보다 더 오래 남는 **'한마디 말'**에 무너지고, 또 누군가는 공식 결과와는 다른 마음의 점수를 받아낸다. 인사팀은 ‘형식적 평정’이 만든 조직 내 잔상을 살펴보며, '진짜 피드백'이 어떻게 복원력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SCENE 1 – 사무실 복도 / 연말 오후 5시


(연말. 트리 장식이 걸린 사무실 복도. 벽면엔 '인사평가 결과 발표 안내' 공고가 붙어 있다.

직원들 사이로 조용한 숨소리와 메신저 알림음.
최준혁이 커피를 든 채 복도 끝 모니터에 떠 있는 자기 이름 옆 등급을 본다. 살짝 정지된다.)


“최준혁 – 종합평가: B”

(그는 옆자리 윤소민의 화면을 슬쩍 본다.
“윤소민 – 종합평가: A”

표정 변화는 없다. 하지만 커피잔을 드는 손이 아주 조금 떨린다.)


최준혁(속으로)

같은 프로젝트, 같은 결과,
왜 나는 B고, 그녀는 A 지?
무엇을 더 했어야 했던 걸까. 아니…
정말로 ‘덜 했던’ 걸까?


SCENE 2 – 인사팀 회의실 / 오후 5시 30분

(회의실. 외부는 트리 장식과 캐럴로 가득하지만, 내부는 숫자와 등급의 공기가 흐른다. 정지우는 평가 시즌 이후 정서 반응 패턴 요약표를 들고 들어오고, 화이트보드엔 굵은 글씨로 적혀 있다.)


평가 이후, 진짜 피드백은 시작된다


이윤호

이번 시즌, 종합등급 기준에 이의 제기 비율은 2.3%.
적은 수치지만, 실제 감정상으론 더 클 겁니다.
특히 '성과와 등급의 간극'이 크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정지우

맞습니다.
이번에 5명 인터뷰해 봤는데, 공통된 키워드가 있었어요.
“숫자는 끝났지만, 설명은 없었다.”
그리고 “그 한 줄 점수가 내가 한 해 동안 남긴 모든 것 같았다”고요.

(그녀는 직원 반응 로그를 띄운다. 익명 응답 일부를 화면에 공유한다.)

“A인 줄 알았는데 B를 받았다. 뭘 더 했어야 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말 한마디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 달이 꼬이기도 한다.”

“등급보다 누가 어떻게 말했는지가 기억에 남는다.”


한도윤

우린 점수를 줄 땐 조심하면서도,
그 점수를 '전달하는 언어'엔 무감각했던 것 같네요.

사실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온 것도 있고요.


정지우

그래서 생각했어요.
**“평가 결과는 피드백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요.
예를 들어, 평가 등급 발표 후 최소 1회의 '정서형 피드백 세션'을 열거나,
피드백 감정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 도구를 운영해 보는 식이요.


이윤호

좋네요.
평가는 점수지만, 그 점수 위에 남는 건 결국 말이라는 것 말이죠


SCENE 3 – 구내식당 / 오후 12시 35분

(구내식당. 점심시간. 조용한 2인석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식판엔 음식이 놓였지만, 젓가락은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웅성거리지만, 이 테이블만 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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