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Time 1 | 계획. 계획은 몰입 가능한 환경을 만든다.
머릿속이 꽉 차 복잡하고 정신없을 때 무엇을, 어떻게, 언제 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되고 압박감과 긴장감에 스트레스가 느껴질 때가 있다면? 종이와 연필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계획을 간단하게라도 짜면 그 복잡함이 신기하게도 사라진다.
But, *in reality, a *structured day creates freedom. When you don't have a plan, you have to decide constantly what to do next, and you might get distracted *thinking about all the things you should or could do. But a completely *planned day provides the freedom to focus on the moment. Instead of thinking about what to do next, you're free to focus on how to do it. You can be in the flow, *trusting the plan set out by your past self. When is the best time of day to check email? How long should it take? You can design the answers *ahead of time *rather than reacting in real time. (책 67쪽에서) (*에 대한 설명은 글 최하단에 있습니다.)
- <Make Time> How to Focus on What Matters Every Day by Jake Knapp & John Zeratsky
(옮긴 글)
실제로, 계획된 하루는 자유를 선사한다. 계획이 없을 때 다음에 해야 할 것을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고, 어쩌면 모든 해야 하는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느라 정신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벽하게 짜인 하루는 순간순간에 집중할 자유를 준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미리 계획한 그것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면 된다. 당신은 과거의 당신이 짠 계획을 믿고 몰입할 수 있다. 언제 이메일을 확인하는 게 가장 좋을까?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얼마큼의 시간을 쓸까? 계획 없이 그때그때 반응하기보다 미리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설계할 수 있다.
2020년 하반기에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을 위해 논문을 쓰던 중 만나게 된 책 <Make Time>. 교수님을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뵐 때마다 혹독한 논문 지도와 수정해야 할 사항이 그득한 초고를 마주해야 했다. 실망감과 다시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막막함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파견으로 연수휴직을 하던 중이 아니라 일을 병행하며 논문을 쓰고 있었다. 잠이 많은 편이라 논문으로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계획하지 않으면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할 일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뭐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시간에 쫓기는 심정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극심한 불안감에 나는 무너져 내렸다.
당시 논문에 지쳐있던 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자정을 넘어 2-3시까지 논문을 쓰는 게 다반사였고, 심하게는 5시까지 쓰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깨지 못해 출근 지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써도 교수님의 피드백은 여전히 다시 써라, 이 정도론 안된다였으니… 어느 다큐에서 구글러의 인터뷰 내용을 봤던 게 떠올랐다. 매일 조금의 여유도 없이 바빠 육체적, 심리적으로 너무 힘든 나머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매일 아침을 명상으로 시작한다는 여자의 이야기. 운동도 함께 병행하며 건강한 하루를 되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일이 많아 몸과 마음을 돌보아야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는 구글러. 그들은 어떻게 시간관리를 하는 걸까 궁금했다. 그때 만난 책이 구글 디자이너 제이크 냅과 존 제라츠키가 쓴 <Make Time>이었다. 원서 읽기를 좋아해 선뜻 읽기로 결정했다. 논문도 많이 읽어야 해서 같은 언어로 된 원서가 더 여러모로 도움 될 것도 같았다. 논문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시간이 날 틈이 없었지만 틈틈이 이 책을 읽고 나의 정신없는 하루를 정돈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원서 읽기를 좋아해서 읽을 때마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그 시간이 달콤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2월 대학원 영어교육 석사과정을 마침내 졸업했다.
2014년 3월 3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1, 2월 신규임용교사 연수 후 처음으로 교단에 서던 날. 처음으로 만나게 될 제자들을 볼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교무실의 내 자리에 앉자마자 그 설렘은 싹 다 사라져 버렸다.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개학일이다 보니 많은 부서에서 요청하는 일들이 많았다. 가뜩이나 그날 받은 내 컴퓨터도 문제가 있어 메신저로 연락을 받지 못하고 다 구두로 듣다 보니 메모할 겨를도 없어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담임학급의 아이들, 그리고 내 수업을 듣게 될 많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것도 많았다. 그런데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다 보니 준비한 학습지, PPT도 사용할 수 없어 수업에도 지장이 생겼다.
내가 처음으로 근무하게 될 학교에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근무하시고 계신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선생님 저 ㅁㅁ중학교 다녔던 ㅇㅇㅇ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선생님이 놀라셨다. 갑자기 근무지에서 스승의 날도 아닌데 제자가 찾아온 것, 그런데 제자가 아니라 동료 교사로 온 것. 또 같은 학교에서 동료 교사인 제자와 함께 근무하게 된 것. 이 모든 게 선생님께는 처음이라 놀랍기도 하지만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교사가 되어 함께 일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시는 분이셨다. 선생님께 잠깐이지만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첫날이라 정신없지, 바쁘겠지만 힘내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그저 내 머릿속을 훤히 내려보시는 듯 알아봐 주시는 말씀에 훅 눈물이 차올라버렸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대성통곡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같이 임용고시를 합격한 친구에게 전화해 울면서 힘듦을 토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직도 그 친구는 이때 이야기를 하며 나를 놀리곤 한다. 임용고시를 합격하기 전까지 공부만 했다. 보통 기간제 교사 경험이 있는 합격생들도 많지만 나는 그런 사회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 나로서는 그야말로 카오스였다.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것도 제대로 다 못 보여주었고,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도 많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공문 쓰는 방법도, 결재 올리는 방법도 모든 것이 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 이후, 며칠을 그렇게 혼란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근무를 했고, 그즈음 받은 교무수첩에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기록하고 계획하면서 점차 안정감을 찾아갔다.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학창 시절부터 갖게 된 것 같다. 약간의 강박증과 투두 리스트가 길어지면 느끼게 되는 긴장감, 불안감 그리고 스트레스. 육아휴직을 하면 아기를 돌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딸과 놀아주기, 이유식 만들기, 목욕시키기 등 할 일이 많은 가운데 혹여나 다치진 않을까 한시도 딸에게 눈을 못 떼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게다가 식사 준비와 설거지, 화장실을 포함한 집청소 등 집안일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다 쓰자면 한도 끝도 없다.
유명 블로거가 진행하는 이유식 식단표가 있는데 딸에게 그것대로 매번 손수 만들어 영양분을 골고루 챙겨 먹이고 싶다. 딸이 예민한 편이라 자고 있을 때 이유식을 만들 수가 없다. 시도한 적이 몇 번 있으나 요리하는 소리에 깨고 또 엄마가 옆에 없으니 운다. 그래서 이유식을 만들 때면 딸은 엄마한테 놀아달라고 매달리고 근처를 맴돈다. 뜨거운 냄비, 딱딱한 바닥 등 위험할 수 있는 상황들도 다 조심하느라 기가 다 빠지고 체력은 0이 아니라 마이너스로 고갈된다. 남편에게 토로하면 완벽하게 다 해주려는 강박증을 좀 내려놓고 어느 정도는 사 먹이자고 했다. 남편과 이렇게 대화할 때는 또 밀린 집안일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그래서 다시 책 <Make Time>을 펼쳤다. 매일 그날에 해야 할 일들을 목록화하고 그중 꼭 해야 할 일을 우선 배치하는데 육아 중이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딸이 낮잠을 잘 때, 남편이 함께 있을 때 등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 또 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브런치스토리에 빛나는 요즘의 순간들에 대한 글도 써야 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갖기 위해 운동도 하고 싶다. 계획을 짜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야겠다.
in reality: 사실은, 실제로
ahead of time: 미리
rather than~: ~보다는/대신에
structured day/planned day: -ed가 붙은 structured, planned는 과거분사. 뒤의 명사 day를 꾸며주는 형용사 기능을 한다. 구조화된 하루, 계획된 하루로 해석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거분사와 형용사의 차이점은? 동사가 형용사 기능을 하고 싶어서 기존 동사와의 구별점을 두기 위해 모양을 다르게 -ed를 붙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모양이 다르니 이제 동사라고도 할 수 없다. 과거분사라고 명명한다.
thinking about~/trusting the plan~: 분사구문. 분사구문은 말 그대로 분사로 시작되는 구문이며, 분사는 현재분사(-ing), 과거분사(-ed)가 있다. 인용한 글은 두 문장 다 현재분사(thinking, trusting)로 시작되는 분사구문이다. 앞이나 뒤에 있는 문장을 꾸며주는 기능을 한다. 꾸며줄 때 어떤 의미를 덧붙여 꾸며준다. 이유(~때문에), 양보(~일지라도), 조건(~한다면), 부대상황(~하면서), 시간(~후에, ~전에, ~할 때) 등이다. 두 분사구문 다 부대상황, 즉 ~하면서로 해석하면 자연스럽다. “어쩌면 모든 해야 하는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정신없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과거의 당신이 짠 계획을 믿으며 몰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