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낸다는 것

The Hate U Give | 어렵지만 노력해야 할 일

by Writer Choenghee

목소리를

낸다는 것의 의미


말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하고,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보다 책을 읽고 생각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남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익숙해진 듯했다. 여기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나의 감정, 생각, 의견 등을 타인에게 가 닿도록 표현하고, 피력하고, 어떨 때는 단순히 표현하는 것을 넘어 그를 설득하여 나의 권리를 실현하고 찾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를 되짚어보니 내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직장에서 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눈치가 보여 내가 당면한 처지,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길 망설였고 결국에는 약간의 불편한 상황을 떠안아야 했다. 가끔 타인과의 갈등 상황에도 그 당시에 내 의견을 표현하기보다 곰곰이 현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조금 지난 뒤에야 ‘그래도 그건 참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도 나의 이런 상황은 알렸어야 했는데. 몰랐을 텐데.’ 하고 후회한 적이 종종 있었다.



타인을 위해

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


나를 위해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타인을 위해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마 더 어려울 것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나 나를 포함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안전이 연관되어 있을 경우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타인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세상은 나를 포함한 나와 다른 많은 타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언젠가 나도 타인의 목소리가 필요한 순간이 필연적으로 올 것이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두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 있다.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죽은 친구의 죽음을 유일하게 목격한 흑인 소녀가 낸 목소리에 다음과 같은 말들이 담겨 있었다.


“*What’s the point of having a voice if you’re gonna be silent in those moments *you shouldn’t be? “ (책 248쪽에서) (*에 대한 설명은 글 최하단에 있습니다.)

“I’ll never forget. I’ll never give up. I’ll never be quiet. I promise.” (책 438쪽에서)

- <The Hate U Give> by Angie Thomas


(옮긴 글)

“만약 네가 침묵하지 말아야 할 순간들에 침묵할 거라면 목소리를 갖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난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난 절대 포기하지도 않을 거고. 그리고 난 절대 침묵하지 않을 거야. 약속해. “




이 소설과 비슷한 상황이 최근에도 발생했었다. 2020년 5월 25일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인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였다. 당시 경찰의 무릎밑에 목이 깔려있는 상태로 숨을 쉴 수 없다며 호흡곤란의 고통을 호소하였으나 경찰의 진압은 계속되었고, 추후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책 <The Hate U Give>를 알고 읽게 되었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애도하고 경찰의 강압적인 공권력 사용에 대한 항의를 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단체 시위로, SNS 해시태그로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였다. 나도 학교에서 BLM 운동을 주제로 동아리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했었다. 당시 학생들이 아직도 이런 인종차별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반응, 그리고 얼굴에 검정칠을 하는 것 자체가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흑인들에게는 자신을 비하하는 행동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이전에는 몰랐다는 후기가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나이키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해 캠페인을 통해 목소리를 냈었다.

https://youtu.be/drcO2V2m7lw

이번엔 ‘Just Do It’이 아니라 ’Don’t Do It’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 나이키. 이번에는 ‘하지 마라 ‘는 슬로건으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하지 마라. 미국에 아무 문제가 없는 척하지 마라. 인종 차별로부터 등을 돌리지 마라. 무고한 생명을 빼앗기지 마라. 더 이상의 핑계는 대지 마라. 이것이 너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그저 느긋하게 앉아 침묵하지 마라. 변화의 일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 모두 변화의 일부가 되자.”



주변에

내 목소리가 필요한 타인이 있다면


인종차별처럼 비교적 큰 문제 말고도 우리의 가까운 일상 속에서도 남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할 작은 문제적 상황들은 얼마든지 많다. 한 학생이 본인은 악의 없이 그저 장난으로 한 행동들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장난이라고 하는 것을 받고 있었던 다른 학생은 괴롭힘으로, 언어폭력으로, 신체 폭력으로, 본인을 피해자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가해가 아닌 장난을 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을 불러 생활지도와 상담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본인은 정말 학교폭력이 아니라 장난으로 한 언행들이었고, 다른 남학생들도 다 이렇게 논다고 주장하는 학생이었다. 이 학생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혈기왕성한 10대 남학생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좀 더 타인의 감정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감수성과 섬세함을 갖추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언행이 의도와는 달리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통해 배우고 이제부터 항상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고 주지를 주며 피해 학생을 대신해 중재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자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타인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곳은 일상 속에 산재해 있을 것이다.


꼭 직업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그게 무엇이든 간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나 하나 이런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는 비관적 태도보다 ‘나 하나라도 보태보자’는 희망적 관점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작은 목소리라도 내어준다면 좀 더 타인과 더불어 살기에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남을 위해 낸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나를 위한 타인의 목소리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혹자는 나의 글을 보고 참 이상적인 소리 한다고 혹독한 현실을 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이미 눈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모습이 그려져 있는 이상을 바라보며 믿고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쉽게 말해, 전에는 그저 내가 돌볼 필요 없는, 즐기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었다. 딸을 낳고 보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 딸이 살았으면 좋겠고, 먼 미래에 나와 남편이 없더라도 딸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이길 바란다. 건강한 사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현 사회와 세상은 내가 돌보고 가꾸며 함께 공존해야 할 대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사회,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들도 배려와 공감, 서로의 목소리로 도와가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내지 않으면 목소리를 갖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문장은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나의 건사에만 몰두하고 주변을 살펴보지 못한 것을 절절히 반성케 하는 문장이었고, ‘절대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침묵하지 않을 거야 ‘라는 문장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태도와 의지를 다지게 하는 것이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what’s the point of ~: ~에 무슨 의미/소용이 있어?

gonna: 바로 앞의 be동사 ‘are’와 함께 합쳐져 are gonna ~ 는 미래를 나타낸다. gonna는 going to’의 비격식 표현이다. (be going to~: ~할 것이다)

~ in those moments you shouldn’t be?: moments와 you 사이에 관계부사 when이 생략되어 있다. 해석은 관계부사절인 you shouldn’t be (silent)가 앞의 in those moments를 꾸며준다. ‘침묵하지 말아야 할 순간에‘ 정도로 해석되겠다.

관계부사란? ‘관계’라는 단어 속에 두 문장을 관계, 연결시켜 준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부사’는 말 그대로 시간이나 장소, 이유, 방법 등을 표현하는 것이다. 위 문장에서 생략된 관계부사 when은 1) 앞 문장 ‘~moments’와 뒷문장 ’you shouldn’t be’를 이어주면서 2) 동시에 in those moments를 의미하는 부사구이다.

2)에 대해 물음표가 생길 수도 있다. 관계부사 when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알면 해결된다. 관계부사가 있는 문장은 원래 별개의 두 문장이었다. ‘What’s the point of having a voice if you are gonna be silent in those moments?’와 ’you shouldn’t be (silent) in those moments.’ 두 문장에서 반복되는 ‘in those moments’를 하나 지워버리고 지워진 ‘부사’를 관계‘부사’가 대신 오면서 두 문장을 이어주게 된 것이다.

그러면, 왜 관계부사 when, where, why, how 중에 when이 온 것일까? ‘그런 순간들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부사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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