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향은 어디에 있나?
[중편소설]
이상향은 어디에 있는가?
그뿐인가요 서울 한복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위 말하는 메트로섹슈얼리즘이 대유행하면서 대한민국 도시 남성들이 모두 여성화되어 가잖아요. 여성스러운 것, 부드러운 것, 아기자기한 것, 예쁜 것, 약한 것, 달콤한 것으로 표현되는 이것으로 인하여 조만간 한국 남성들이 모두 여성화될 게 뻔하다고요.
아마 군대에서도 될 수 있으면 여성스러운 군인, 예쁜 군복, 부드러운 총칼, 달콤한 병영 생활로 바뀔 날도 멀지 않았어요. 남자의 완력을 믿고 세상을 우습게 보기도 했던 마치스모(Machismo) 추종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고 조국의 미래가 걱정된답니다.
그뿐인가요? 호모섹슈얼리즘, 페티시즘, 레즈비언, 페미니즘 등 온갖 해괴한 신조어들이 양산되면서 지금은 가히 성(Sex)의 백가쟁명 시대가 아닌가요? 하루가 다르게 신인류(新人類)가 탄생하면서 만들어지는 성(性) 관련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데도 불구하고 고리타분하고 구상유취한 논리만 고집하면서 약간의 궤도이탈이라도 하는 분이 있으면 벌떼처럼 일어나 그를 순식간에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버리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저처럼 4차원 또는 그 이상의 세계에 거주하는 신인류는 보편타당한 사람들 눈에는 ‘미친놈’ 혹은 ‘이해하기 어려운 놈’으로 인식되어 온갖 추악한 단어를 내뱉으며 손가락질해 댈 겁니다.
내가 귀가 둘이니까, 귀가 셋이거나 하나인 사람들에게는 내가 동질감이나 소속감을 느낄 수 없는 배타적이며, 이질적 비흡수의 대상이 되어 그들의 누적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완화하려는 수작들이 회사, 학교, 병영 등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아마 모르긴 해도 저 건너편 여인도 보통 단수 이상일 거라 추측이 됩니다.
범인(凡人)이라면 절해고도 같은 이런 곳에 거주할 리가 없잖아요. 그 여인도 뭔가 이 사회에 불만이 있어 홀로 이상향을 동경하며, 찾아든 곳이 바로 이곳 재개발아파트단지일 거예요. 보통 이상향 하면 따뜻하고 살기 좋으며, 늘 젊음이 넘쳐나는 남태평양의 사모아나 피지 같은 아름다운 섬이나 혹은 먹고 마실 것이 공짜로 무한정으로 제공되면서 자신의 오감(五感)을 만끽할 수 있는 환상적인 곳을 상상할 겁니다.
소위 고전소설에나 등장하는 에덴, 요지경(瑤池鏡), 무릉도원, 샹그릴라는 20세기 들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쏘아 올린 거짓말 못 하는 인공위성 덕분에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 났잖아요.
그렇다 보니 저처럼 도덕경(道德經)을 읊조리며, 죽림칠현이나 옥제(玉帝)를 존경하는 부류나, 크로마뇽인들이 애지중지하는 그리스 로마신화 따위를 머릿속에 입력하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혼동하는 사람들은 조작되거나 억압된 성(性)을 수긍하며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저는 학구열에 한창 몰두해 가슴에 원대한 청운을 품고 곧 온 세상이 내 것이 될 것 같은 시절이 있었어요. 뭐 누구나 그런 아름다울 때는 다 있었겠지요. 그때 저는 바람기 많은 코쟁이 여인들의 가장 사랑하던 남자인 돈 쥬안이나, 여덟 명의 아름다운 여인들과 고운 인연을 맺고 입신양명하는, 소설 구운몽의 주인공인 양소유(楊小游)를 우상으로 숭배했었답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양소유이며 '저 건너 사는 여인이 팔선녀(八仙女) 중 한 명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고 있답니다. 이제는 우리도 가장 아름답고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선물인 성(性)에 대하여 솔직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고 봐요. 더럽고 부정적이며 음습한 사망의 골짜기에 버려둬야 할 물건이 아닌 다양하며, 집단적인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인생에서 가장 보배로운 것이어야 한단 말이지요.
성(性)을 음성적이라고 자꾸 편협한 시선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결과를 양산해 낼 수도 있어요. 인간이 어떻게 성(性)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승에 들 때, 아니 저승에 들어서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잖아요.
우리의 전통적인 일부일처의 생활방식은 서서히 혹은 급진적으로 일부다처(一夫多妻) 혹은 일부다부(一婦多夫)의 사회로 변질되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오래전부터 섹스가 합법적으로 산업화한 나라들은 어느 정도 양성평등이 이루어졌다고 판단되지만, 말로만 양성평등이 이루어졌다고 하는 사회에서는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왜곡되고 있잖아요. 제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홀로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