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부아빠 Mar 14. 2020

1+1을 1+2로 바꾸는 법

우리 집 식탁에는 산뜻한 의자 3개와 어색한 의자 1개가 나란히 있습니다

우리 집 봄맞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거실의 커튼과 아이들 방의 커튼을 바꿨습니다. 찬바람을 막기 위한 두꺼운 커튼을 산뜻하고 가벼운 커튼으로 교체했습니다. 새 커튼은 흰색 바탕 위에 작은 캐릭터가 입혀 있어서 산뜻해 보입니다. 캐릭터는 컵과 주방기구들이라서 언뜻 보기에는 카페나 식당에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식당에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기대의 감성이 풍겨서 나름대로 나쁘지 않습니다. 


집안 새단장을 시작하면서 오래된 식탁의자도 새로 주문했습니다. 중학생이 된 남자아이들의 활동과 움직임을 목재의자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아내는 엔틱 스타일의 목재가구를 좋아합니다. 아이들 책상과 의자 그리고 식탁까지 목재를 직접 주문해서 만들 정도로 목재를 아주 좋아합니다. 


아내의 취향에 맞는 목재의자를 찾아서 구매를 신청했습니다. 1+1의 가격에 집에서 조립을 해야 하는 제품이라서 가격은 비교적 저렴했습니다.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가격까지 아내의 확인을 받고 나서 주문했습니다. 며칠 후 제품이 도착했습니다. 저녁에 아내가 퇴근해서야 제품을 열어보았습니다. 


정성껏 포장된 상자 안에는 낡은 제품의 의자가 들어있습니다. 새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중고로라도 사용하기 곤란할 정도의 제품이었습니다. 제품을 원래대로 상자 안에 다시 넣었습니다. 집에 있는 박스테이프로 다시 포장을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서 회사 고객 서비스로 전화를 했지만, ARS까지 퇴근한 후였습니다. 아내는 팔짱을 낀 채로 긴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다음 날 회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서비스센터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사과했습니다. 반송 택배를 다시 보내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출근한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내는 네~이란 한마디 답장만 보냈습니다.


택배기사 편으로 의자를 되돌려 보내고 이틀 후 다시 제품이 도착했습니다. 제품을 확인해 보니 모두 깨끗한 새 제품이었습니다. 아내의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 의자를 조립했습니다. 의자는 등받이와 뒷다리 2개가 붙은 조각, 앞다리 2개가 붙은 조각, 이 사이에 양쪽으로 연결하는 조각 각각 1개씩, 마지막은 엉덩이가 앉는 쿠션... 이렇게 총 5개의 조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전동드릴을 준비하여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튀어나온 이음새와 볼트를 조이는 방식이라 작업은 쉽고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 조각을 맞추려고 보니 튀어나와야 할 이음새가 없는 불량이었습니다. 아무리 확인해도 제품이 불량이었습니다. 완성을 기다리던 아이들과 아내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다시 회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담당자에게 설명을 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드렸습니다. 나는 담당자의 진실된 사과 때문에 화를 내지 못했습니다. 담당자는 반품 후 재발송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반품 없이 곧바로 재발송을 해주었습니다. 


이번에는 도착 전날 회사로 전화를 걸어서 우리 집으로 발송할 제품을 꼼꼼하게 확인해서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시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제품을 받았습니다. 어느새 고객센터 담당자와 저는 친한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의자 2개는 깔끔하게 완성되었습니다. 만들고 남은 의자 조각을 반품하겠다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담당자는 남은 제품의 조각은 그냥 처분해도 된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의 조각들이라서 버리기는 아까웠습니다. 그렇다고 짝이 다 맞지 않은 조각들이라서 가지고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친해진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제품의 조각 중에서 몇 개만 더 있으면 의자 하나가 완성되니 나머지 조각을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비용은 제가 지불하겠다고 최대한 친절하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몇 시간 뒤에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무료로 나머지 제품의 조각을 보내주겠다는 문자였습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1+1의 가격으로 1+2의 의자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크게 칭찬받을 일을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지금 우리 집 식탁에는 산뜻한 의자 3개와 어색한 의자 1개가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어색한 의자는 아빠의 지정석이 되었습니다. 혼자 앉을 때면 나도 모르게 어색한 1개의 의자에 앉게 됩니다. 가족들과 밥을 먹을 때나 차를 마실 때면, 어색한 의자처럼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 그 의자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파도 참아야 사랑받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