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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e Mar 19. 2024

미트프로이데: 함께 기뻐하기.

내가 행복하려면 내 주변도 잘 돼야 한다.

“애덤 그랜트”의 『GIVE and Take』란 책으로 독서 모임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삶을 살아갈 때 타인과 나 어느 쪽에 중점을 두냐에 따라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타인에게 중점을 두고 상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주의 깊게 살피는 사람은 “GIVER”이다. 자신에게 중점을 두고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가늠하는 사람은 “TAKER”이다.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며, 공평함을 원칙으로 삼는 사람이 “MATCHER”이다. 이해하기 편하게 하자면 이타주의가 “GIVER”, 이기주의가 “TAKER”, 개인주의가 “MATCHER”인 셈이다. 책은 “GIVER”로써 성공적인 삶을 사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난 내가 개인주의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책의 표현으론 “MATCHER”이다. 철저하거나 정확하게 계산을 한 건 아니지만, 내가 무언가를 베풀면 상대방에게도 그 정도를 기대하며 살았다. 그래서인지 남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게 한없이 어려웠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책을 주제로 토론하며 멤버들에게 자신을 어떤 성향으로 생각하는지 질문해 봤다. 의외로 대다수 사람이 자신을 “GIVER”라고 생각했다너무 의아해서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니 저자가 말한 의미의 “GIVER”가 아니었다. 살면서 상황이나 타의에 의해 자기가 양보하고 손해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굳이 정정하진 않았지만 사실 그건 작가가 말하는 능동적인 “GIVER”는 아니었다.      


그런 어설픈 “GIVER”들 중에 진짜 “GIVER”가 두 명 있긴 했다. 내가 보기에도 사람들을 잘 챙기고 얻는 걸 계산하지 않고도 잘 베풀고 도왔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렇게 사는 방식이 좋다고 했다. 신기하기도 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이타적인 성격 덕분일 것이다동시에 둘 다 자기 삶이 안정적이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또한 사람들은 남에게 도움을 주고 상대가 기뻐하는 것에서 삶의 보람과 쓸모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이유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봉사와 기부가 순전히 타인만을 위한 건 아니라는 건 다들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어릴 때와 비교해 나도 조금은 GIVER의 경향이 늘어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곧 그 이유가 ‘내가 삶의 여유가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삶은 늘 살아내기 바빠 치열했다. 마흔쯤 되면 어느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꼭 경제적 여유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시간으로 자신에 대해또 자기 삶의 방향을 알아 가면서 자연스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남을 챙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주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나 말고 주변의 행복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내가 행복하려면 내 주변도 같이 행복해야 한다. 거창하게 “이타주의” 이런 의미로 써가 아닌 정말 현실적인 생각이다. 내 친구, 가족들이 비슷하게 잘 지내고 있으면 나의 기쁜 일을 얘기하고 축하받고 진심으로 같이 기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내 기쁜 일을 쉽게 나눌 수 없다.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일상이나 삶의 좋은 변화가 생겼을 때 상대 상황이 좋지 않으면 편하게 얘기할 수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이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사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그 방법의 하나로 앞으로 “GIVER”로써 살아보기로 했다.     


나의 여유는 경제적인 면보다 마음의 여유에 더 가깝기에 물질적으로 거창한 의미의 “GIVER”는 아니다. 그냥 조금씩 생각을 바꾸고 그에 맞춰 행동을 바꿔가고 있다. “GIVER”로써의 첫걸음은 “MATCHER”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했다. 사소하게는 먼저 연락을 하거나, 밥을 사는 일들도 그냥 맘이 가는 대로 하려고 한다. 남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내 돈이나 시간 소모를 저울질하던 습관을 버리는 중이다. 아직도 완전히 익숙하진 않다. 잠시 주춤하는 순간이 오거나, 도와주거나 챙겨주고 싶은 맘이 들어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난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만 행복해서는 완전하게 행복하기 어렵다는 걸 자주 느낀다그래서 내 행복을 위해서라도 내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면 좋겠다.      


내가 더 나은 상황일 때는 “GIVER”의 태도로 함께 행복해질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또 다르다. 나보다 상황이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과도 함께 행복해질 방법을 생각해봐야 했다“미트 프로이데 : 함께 기뻐하기”란 뜻이다. 솔직히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보는 순간 너무 맘에 들어서 그날부터 내 삶의 모토 중 하나가 됐다. “미트 프로이데”는 유명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말이다. 사람들은 시기하는 사람의 어려움이나 고통에 기뻐하기도 한다. 이건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니체는 남의 고통에 기뻐하는 것이 아닌 남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는 미트 프로이데를 강조했다     


니체는 타인의 기쁨을 상상하면서 크게 기뻐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고차원적인 동물에게만 주어진 최고의 특권이라고 했다. 또 타인의 기쁨을 내 것으로 만들 줄 알면나중에 내가 어떤 경험을 할 때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고도 했다. 결국 “미트 프로이데”를 훈련하면 나도 기쁨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조상님들도 시기심이 본능인 걸 아셨든 듯하다. 이것만 봐도 “함께 기뻐하기”는 본능을 이겨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내 성격상 함께 기뻐하는 것은 나름 익숙하다. 평소에도 사람들의 변화를 잘 알아차리고 기분을 잘 느끼는 편이다. 그게 보기 좋을 땐 항상 칭찬하며 표현한다. 의외로 사람들은 칭찬을 사소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오늘 유난히 예쁘다면 그걸 표현해줘야 한다. ‘너 오늘 옷 너무 잘 어울린다.’ ‘오늘 화장 잘 돼서 예쁘네~’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말로 표현하면 된다. 사소한 질투심이나 칭찬하는 것이 쑥스러워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의식적으로 칭찬을 해보자칭찬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사람들은 ‘입에 발린 말’인 줄 알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니 말이다. 단, 칭찬할 내용이 있고 진심일 때만 해야 하는 건 명심하자. 우린 영업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하기를 연습하는 중이다.     


“미트 프로이데”에 대한 니체의 철학은 두께가 엄청난 벽돌 책인 『인간의 본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에선 “시기심”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얘기한다. “함께 기뻐하기”를 훈련하자고 했지만, 본능은 쉽게 없어지는 건 아니다. 나보다 잘되고 있는 친구의 얘기에 질투가 날 경우엔 그냥 내 감정을 인정하자그리고 상대에게 부럽다라고 표현하자친구에겐 나의 부러움의 표현도 또 다른 형태의 칭찬이 될 것이다부러움을 표현하고 축하도 해주자. ‘부럽지만 너무 잘됐다.’, ‘이런 사람이 내 친구야.’라고 뿌듯하게 느껴보자. 그것이 내 정신 건강에도 좋다. 그러다 어느새 시기심보다 미트 프로이데에 익숙해지면 그런 내가 너무 멋져 보일 것이다.    

 

“GIVER”나 “미트 프로이데”를 추구한다고 해서 무슨 성인군자나 도인이 되려는 건 절대 아니다. 나의 모든 가치관과 행동의 변화는 다 나를 위해서이다. 나에 대해 고민하고 내 삶에 대해 고민했을 때 내가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식들이다. 나는 행복하고 싶다. 그리고 내 사람들과 나의 행복을 같이 누리고 싶다. 좋은 일이 있으면 마음껏 자랑하고 축하받고 내가 여유 있을 때 내 사람들에게 맘껏 돈을 쓰며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몇 달 전에 오래된 지인들과 여수 여행을 다녀왔다. 둘째 날 아침 한 언니와 산책하다가 언니가 이런 말을 꺼냈다. “새삼이지만 우리가 같이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너무 공감했다. 20년 가까이 된 인연들이지만 한둘만 상황이 안 좋아도 같이 즐겁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느꼈다. 앞으로도 원하는 삶은 이런 것이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사십 대인 우린 이제 나만 잘되면 돼~!”는 지우도록 하자나의 행복의 범위에 내 사람들의 행복이 포함될수록 우리 삶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미트프로이데#GIVER#함께기뻐하기#니체#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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