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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구 May 23. 2023

DAY16. 니스투어, 주차부터!

영어투어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낯선 도시에 왔으니 먼저 시내 투어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 구시가지 도보 투어를 신청했다. 투어는 10시 시작인데 주차를 어떻게 할지 모르는 데다 근처를 미리 둘러볼 겸 한 시간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나섰다.



주차장 찾기가 만만치 않다. 마세나 광장 주변을 두 바퀴를 돌다가 발레파킹 표시가 있는 유료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주차하고 나오며 생각하니 한 시간에 6유로는 서울에 비해서 얼추 3배쯤 비싼 것 같다. 투어 마칠 때까지 서너 시간이 걸릴 텐데 24유로면 과하다 싶어 차를 찾아 나왔다. 그래도 최소요금 6유로는 받는다.


노상 주차장을 찾아 20분 이상을 헤매다 투어 시간이 가까울수록 마음이 급해진다. 괜히 서울의 주차비와 비교하는 바람에 상황을 어렵게 만든 것 같아 속상한데 도로는 일방통행이 많아 생각처럼 길잡이가 안된다.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세나광장에서 가까운 길가에 주차 공간을 발견하고 주차를 했다. 주차금지 같은 표식이 붙어 있었지만 미팅 시간도 있고 다른 차도 주차를 하고 있어 그 뒤에 바짝 붙여 세웠다.


투어 팀을 만나 인사를 하는 동안 파파고로 아까 노상 주차장에 붙어 있던 안내문을 번역해 봤다.

‘주차금지, TDV이벤트, 4/1 ~10/31, 견인…’

분절적 번역이지만 이런 단어의 조합이었다. 견인이라니, 불안하다. 프랑스에서의 견인 경험도 해보지라는 치기로 애써 모른 척하려 해도 견인될 생각을 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집중하고 들어야 대충 이해되던 가이드의 설명은 이제 들리지도 않는다. 위산이 급격이 분비되는지 속이 쓰리다. 한 이십 분쯤 지났을까. 견인 후의 과태료, 기회비용과 시간 등 총비용을 생각하니 견인되도록 방치하는 건 안 되겠다 싶어 가이드에게 인사하고 주차장으로 급히 갔다.


다행히 차는 그대로 있었다. 서울에 도착하고 42유로 주차 딱지가 날아왔다.




꽃시장이 끝나는 곳에서 투어 무리와 다시 조인을 하고 나니 니스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투어는 10명 남짓이었는데 영국, 동유럽, 상하이, 남미, 그리고 서울에서 온 나까지 다양하다. 시장을 지나 바로크 양식의 ‘성 레파라트 대성당’ 앞에서 잠깐의 휴식시간을 준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잠시 묵상했다.


니스는 1860년 프랑스로 귀속되기 전에는 지중해의 섬 사르데냐 공국령이어서 구시가지는 그 영향이 많이 남아 있다. 건물의 벽은 살색 같기도 하고 붉은빛 도는 오렌지 색 같기도 한데 가이드는 사르데냐에서 온 것이라 한다. 창밖으로 빨래를 널어놓은 집들이 많다. 좁은 골목과 골목을 따라 지중해 바람이 다녀 빨래를 걸어 두면 잘 마른다고 한다.


구시가지의 골목을 빠져나와 해안가로 나오면 어부의 거리를 만난다. 예전 어부 동네였다는데 해안선을 마주하는 낮고 긴 골목이 이제는 대부분 러시아인들이 소유한 에어비앤비로 다 바뀌었다고.

그 옆을 지나 90미터의 ‘캐슬 힐’을 계단으로 올랐다. 좀 뚱뚱해 보이는 일행이 엘리베이터가 있냐고 물으니 가이드가 “예”라고 답하고 이어 8개월째 운행을 안 하고 있다고 하니 일행들의 작은 탄성이 들린다.


언덕 위에서 지중해 바다와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천사의 해변’이라 불리는 초승달 모양의 니스 해변과 니스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에서 보면 니스해변 반대쪽으로는 항구가 있다. 빼곡하게 요트가 정박해 있는데 화려한 요트들은 대부분 러시아 부자들 소유라고 소개하는데 반감인지 조롱인지가 묻어 있다. 항구를 가로질러 반대편 언덕 위에 엘튼존의 집이 보인다.


투어의 마무리는 가이드가 준비해 온 파이를 먹으며 파괴된 성에 대한 이야기와 성에 얽힌 러브스토리를 들으며 끝이 났다. 영국에서 왔다는 아저씨가 가이드에게 팁을 건넨다. 돈을 접어 손바닥에 놓고 악수를 하며 자연스럽게 건네는 모습이 배려와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베네치아에서 나도 그렇게 했다.


투어를 마치고 시장과 오페라극장을 지나 주차한 곳으로 갔다. 시장을 지날 때 포르투갈에서 듣던 감사하다는 뜻의 ‘오브리가도’ 대신 ‘멸치볶음’이 많이 들린다. 감사하다는 ‘Merci beaucoup’는 ‘메흐시 보꾸’로 발음되는데 파리에서 원준이가 멸치볶음으로 알려준 후부터 계속 그렇게 들린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는 도심 안쪽의 주택가에 있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인데 숙소는 깨끗하긴 했지만 오랫동안 관광객을 위한 숙소로 운영한 티가 난다. 사진발에 속은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넓은 집에 책상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주인에게 숙소에 대한 안내를 받고 유료주차장에 세워 둔 차를 빼서 숙소 주위를 한 두 바퀴 돌며 빈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돌아오니 오후 3시가 좀 넘었는데 하루가 다 지나간 듯 기진맥진이다.


숙소 근처의 아시아 마켓에서 라면과 비비고 만두를 사고, 현지 마켓에서 와인과 물과 맥주, 그리고 소고기와 바나나, 감자, 상추, 루꼴라 등 청과류도 샀다. 감자 한 망태가 1유로여서 삶아서 운전하다 먹어야지 하고 샀는데 먹게 될지 모르겠다. 냉장고를 채우고 나니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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