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영 수업을 앞둔 딸을 응원하며
1989년 3월 27일
2025년 3월 30일
3월도 겨우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날씨는 겨울날씨다. 30년 전에는 심술꾸러기 바람만 우리의 외출을 방해했다면 지금은 진눈깨비가 나와 아이들의 외출을 방해하고 있다. 어서 따뜻한 햇빛과 싱그러운 바람을 느끼고 싶은데 날씨는 겨울에 머물러있다.
내가 아가였던 시절부터 나는 물을 좋아하는 아가였던 것 같다. 다리로 물장구를 치며 좋아하는 내 모습이 우리 둘째 해솔이에게 이어진 것 같다. 신생아 시절 졸릴 때 억지로 목욕을 했던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해솔이는 목욕을 하면서 운 적이 없다. 오히려 언니가 목욕을 하고 있으면 본인도 목욕을 할 태세로 기어 온다. 얼굴을 씻길 때도 샤워를 하다가 물이 튀어도 '물이 튄 게 맞나?'라고 되물을 정도로 평온하다. 해솔이의 무게(100일 즈음에는 상위 1%였던)만이 나에게 장애물이었을 뿐 해솔이의 샤워는 늘 수월하다.
반대로 첫째 이솔이는 얼굴이 물에 닿기만 해도 기겁을 하는 아이이다. 목욕을 싫어하진 않는데 얼굴에 물이 닿는 건 극도로 싫어한다. 해솔이를 임신하고 나서야 겨우 머리를 뒤로 젖히고 감기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아기처럼 목을 받쳐주고 머리를 감겨줘야 했다. 샤워캡도 종류별로 사보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지만 다 말짱 도루묵이었다. 그나마 세 돌 즈음 얼굴에 수건을 대고 머리를 뒤로 젖히라고 하니 말을 들어서 수건을 한 장 더 쓰며 샤워를 시켰다.
4월 1일부터 이솔이가 유치원에서 수영을 배운다. 처음엔 물 위에 걷기부터 한다고 하는데 얼굴에 물 닿는 걸 싫어하는 이솔이가 수영을 잘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나는 어릴 적 YMCA 아기 스포츠단을 다니면서 수영을 처음 배우고 그 이후로 줄곧 수영을 참 좋아했다. 결혼 전에는 새벽 수영을 다니기도 했고, 신혼여행으로 간 몰디브에서는 수영을 너무 오랫동안 해서 이마에 물안경 자국이 계속 있어 사진을 제대로 못 찍기도 했다.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수영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나마 희망은 2월에 제주도에서 나랑 같이 1초 정도 잠수를 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을 보고 내 목을 꼭 껴안고 나와 함께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몇 번 반복했었다. 이솔이의 수영 수업을 대비해서 잠수를 해봤는데 곧잘 따라와 주었다. 4월에 이솔이가 수영 수업을 시작하면 함께 근처 수영장을 가서 놀아줘야겠다. 겁이 많은 이솔이에게 물이 무서운 대상이 아닌 즐거운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