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일과 아이의 돌
1989년 4월 22일
2025년 4월 25일
엄마의 육아일기를 읽다가 갑자기 옛날 신문이 스크랩되어 있길래 왜 그럴까 싶었는데, 나의 백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붙여놓은 것이었다. 아이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신문을 스크랩하다니. 아날로그적인 향수가 느껴진다.
1989년도의 엄마가 나의 백일로 바빴다면, 2025년도의 나는 해솔이의 돌 사진 촬영으로 바빴다. 전 날부터 아이들 여벌옷, 간식, 기저귀 등 짐을 챙기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오랜만에 메이크업도 받고 9시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바람이 많이 불긴 했지만 화창한 날씨에 마음도 설레었다. 과묵한 해솔이를 웃기고 주인공이 아니라 뾰로통해진 이솔이를 달래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별 탈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둘째는 첫째보다도 더 빨리 크는 느낌이 들어 아쉬운 마음이다. 같은 엄마 아빠, 같은 배에서 태어났음에도 성격이 다른 두 아이. 누워만 있을 때는 느낌이 잘 오지 않았는데 점점 커 갈수록 해솔이다운 모습이 보여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릴 적부터 감정 표현이 풍부했던 언니와는 달리 다소 과묵한 해솔이. 과묵한 만큼 이런저런 일에 무던한 아가이다. 하지만 배가 고프거나 밤에 카시트를 타면 눈을 딱 감고 정말 무섭게 우는 해솔. 평소에는 어떤 일에도 크게 반응을 하지 않다가 화가 나면 무서운 아가. 수유를 하고 나면 만족스러운 아기보살 해솔이의 표정이 참 사랑스럽다. 조심스러운 언니와 달리 겁이 없는 편이라 네발기기도 척척 소파에서도 뒤집어서 한 번에 쑥 내려온다.
엄마의 쭈쭈를 너무 좋아하는 탓에 이유식을 잘 먹지 않지만 과일 퓨레는 100ml도 30초 컷으로 쭉쭉 먹는 아기. 김, 치즈, 퓨레를 좋아하는 걸 보니 언니처럼 간식을 좋아할 것 같다. 이유식을 잘 먹이려고 소금 간도 해보고 참기름도 뿌리고, 퓨레도 올려보고, 시판 이유식도 사 보았지만 첫 3 숟갈만 잘 먹고 혀로 날름 날름 뱉어버리는 야속한 아가. 그나마 직접 손으로 집어 먹는 건 좀 먹어서 엄마는 다시 이유식 공부 중.
과묵한 해솔이를 웃게 만드는 1등 공신은 언니. 언니를 좋아해 언니 뒤만 졸졸 쫓아다닌다. 또래 아가친구들도 해솔이가 좋아하는 사람들. 아가 친구들을 만나면 집에서 빙긋 웃기만 하는 해솔이의 옹알이가 시끄러워진다. 친구들에게 먼저 손을 뻗고 손을 열심히 흔들며 안녕을 하는 해솔이. 낯도 가리지는 않지만 삼촌은 무서워한다.
해솔이의 몽실 몽실한 살에 얼굴을 묻고 뽀뽀를 하는 게 요즘 나의 가장 큰 행복. 손가락을 잘 빨아서 손이랑 입에서 가끔 나는 시큼한 냄새도 좋다. 타타타타 소리를 내며 열심히 기어 오는 소리, 해솔이의 뒤뚱거리는 엉덩이, 빠르게 움직이는 팔과 다리의 모습도 귀엽다. 만세하고 팔을 올려도 두 손이 만나지 못하는 짧은 팔과 큰 머리가 만들어내는 귀여운 콜라보도 사랑스럽다. 하지만 이유식을 먹으며 어른처럼 변한 응가냄새는 슬슬 견뎌내기 힘들다.
둘째가 태어나고 육아일기를 쓰면서 해솔이의 이야기는 늘 별책부록처럼 조금씩 쓰곤 했는데, 해솔이의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해솔이 이야기를 써 보았다. 태어나고 눈 깜짝할 새에 백일이 지나 이제 돌을 앞두고 있다니. 얼마 남지 않은 만 0세 해솔이의 시간을 마음껏 만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