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5월 5일
2025년 5월 7일
올해 5월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없는 5월이다.
이번 5월 연휴가 특히 길었고, 거기에 더해 이솔이 유치원이 근로자의 날과 2일에 재량휴일로 이틀이나 더 쉬었기 때문이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더불어 이솔이의 생일, 그리고 어버이날이 껴 있어 긴 연휴 내내 정신없이 행사를 치르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를 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긴 연휴가 반갑지 않다.
엄마의 일기를 보니 나의 첫 어린이날 선물은 보행 기였나 보다. 엄마의 성격상 큰 마음을 먹고 고민 끝에 샀을 텐데, 보행기에 나를 태우고 뿌듯해했을 젊은 엄마 아빠의 모습이 그려져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나도 이번 어린이날에는 이솔이에게 큰 선물을 했다.(정확히 말하면 큰돈을 썼다.) 이솔이의 생일은 어린이날과 붙어 있기에 늘 생일 겸 어린이날 선물로 한 가지 선물만 해줬는데 올해는 선물도 주고 이솔이가 좋아할 만한 체험을 해주기로 했다. 아이가 없었다면 이런 게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텐데.... 요즘 티니핑에 빠져있는 이솔이를 위해 '이모션 캐슬 로열 부티끄'라는 곳을 예약했다. 이름부터 블링블링한 아이들을 공주로 만들어준다. 네일, 헤어, 메이크업부터 원하는 드레스까지 입혀주는 그야말로 공주님을 위한 곳!
사전에 아무런 언급 없이 유치원 하원 후에 데리고 오니 이솔이는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홀린 듯 구경하는 이솔이. 그 와중에 자기 취향은 확실해서 드레스, 왕관, 구두 모두 한 번에 정확하게 고른다. 연신 거울을 보며 자기 모습에 취한 그녀. 마지막 이벤트로 좋아하는 하츄핑이 나오자 행복해한다.
사실 좀 과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내년에도 이솔이가 티니핑을 좋아한다는 보장도 없고, 매일 티니핑과 함께 지내는 이솔이를 위해 한 번쯤은 해줘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주 체험에 돈을 쓰면서 롯데월드의 퍼레이드에서 몇 십만 원을 쓰는 엄마아빠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고 할까. 어릴 때부터 이런 고퀄리티의 체험을 하는 이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어떤 콘텐츠를 즐기며 살아갈까. 이것 말고도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의 마음을 뺏을만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다. 일상은 좀 지루하게 지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문화센터도 잘 안 다녔는데, 이런 이벤트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심심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 보행기 하나에 흐뭇해하던 엄마아빠와 달리 뭔가 세속적인 어린이날을 보낸 것 같아 괜히 부끄럽다. 그냥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