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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eynWorks Mar 01. 2020

과장같이 일하는 신입이 필요할까?

과장과 같은 성과를 내면서 태도도 겸손하고 배려하면 모를까ㅡㅡ

미간이 찌푸려진 채, 전날 밤 배당받은 사건(교통사고 대인접수)을 출력하고 있었다.

이건 넘길 사건... 휴... 이건 이미 입원해서 내가 담당해야 할 사건.... 

분류하며 미간은 더 찌푸려졌다. 자연스레 한숨도 나왔다.

비록 신입이었지만 평균 합의금이 가장 낮고 민원이 없었기에 실적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반면, 마음은 항상 피해자의 요구로 암울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하니 이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쉬운 사건 위주로 배당받는데... 합의금이 낮고 민원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때 선배가 말했다. 

“인상 좀 펴. 누가 보면 네가 우리 팀 일 다 하는 줄 알겠어.”


난 눈앞의 일을 좇기 바빠서 짧은 “네”라고 대답만 하고는 모니터만 보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판단한 선배는 옥상으로 따라오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잘못한 게 있는지를 떠올려보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평소 존경하던 선배였기 때문에 그 긴장감은 조금 더 컸었다. 믹스커피를 한 손에 들고 담배를 피우며 선배가 말했다. 


“너 과장 같아. 우리가 실적 스트레스 준 적이 있냐?
신입이면 신입답게 밝게 인사도 하고 함께 해야 하는데…….
오히려 네 눈치 보느라 숨을 못 쉬겠다.”     


충격받은 나는 말을 잊지 못했다. 대학생활까지 나는 주어진 과제에 대해서 더 잘하는 방법에 집중했었다. 관계도 중요하지만 우선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월 100건 가까운 사건이 지나갔고, 60건가량을 처리해야 했다. 난 그 일을 잘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 일에 집중했을 뿐인데, 게다가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네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고 하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인물평”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사람 실적은 좋은데, 같이 일하기는 영 별로라던데. 대하기가 어려워.”

라고 하는 팀장님들 간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실적이 좋아도 배척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평이 좋기 위해서 회식에 참석하고, 건배사를 멋지게 만들고, 선배들의 개인적인 일도 처리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스스로 자문할 때, 생각난 사람이 나에게 조언을 해준 선배였다.

그는 분위기를 밝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업무에 있어서 가장 지식이 깊었고, 업무와 관련된 팀의 백업 업무를 가장 먼저 처리했다. 일을 잘하니 팀장님과 선배들도 그 선배를 가장 먼저 찾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지금은 일이 손에 익지 않아 선배처럼 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는 선배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선배를 멘토로 정하고 따르기 시작했었다.


일만 잘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함께 일할 줄 알아야 한다.

함께 일하는 법은 다양하다.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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