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그 스물 여덟 번 째
아이유가 그랬다.
자신은 자신의 기분을 5분만에 바꿀 수 있다고.
우울하거나 딥한 기분에 지배되지 않도록 바꿀 수 있다고.
보통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중 이런 이야기가 있다.
우울하거나 딥한 기분에 빠져들 땐, 몸을 움직여라.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일단 집 밖을 나서서
걸어라. 어디로든 가라.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라. 라고.
맞다.
너무나 맞는 말이다.
딥하고 딥한 상태의 일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정말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동굴로도 들어가 살 수도 있겠더라.
중학교때부터 습관처럼 늘 매일같이 스트레칭을 한다.
정말 별다른건 아니고,
다리를 쭉 펴고 몸을 반 접는다거나,
발바닥을 모으고 몸을 반 접는다거나 하는 것들.
이상하게 다리 찢기만 잘 못하지만.
별 다른 것도 아니지만, 하고 나면 너무나 몸이 개운하다.
웅크리고 있었던 몸을 쭈욱 쭈욱 치즈처럼 늘려주고 나면
근육이 쭉쭉 늘어나는게 , 꽁꽁 싸매고 있던 딥한 기운도 쭉 ㅡ 늘어나는 기분이다.
요즘 자기 전에 늘 스트레칭을 꼭 하고 자려고 한다.
습관처럼 하던 것이어서 그런지
안하고 자면 다음날 아침 견딜수 없을만큼 온 몸이 굳고 쑤신다.
사실, 생각치도 않다가
좋아하는 것들에 스트레칭을 넣게 된 건
요즘의 나를 그나마도 활력돋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늘 하던 것이니까,
좋아서 라기 보다도 그냥 하던거니까 해야지 ㅡ 했던 것이.
몸을 쓰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데스크에 앉아 업무를 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몸은 오히려 전보다 쓰는 일이 없는데, 더 고장나는 것 같다.
안써서 고장나는건가 _
가만히 앉아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하고 나면
허리고 다리고 붓고 안 쑤시는데가 없다
SNS를 둘러보다가 위의 사진 속 강사를 봤는데
나도 모르게 영상을 보다가 웃음이 빵 터졌다.
왠지 너무나 인상 깊어서 다시 영상을 돌려보고
어느순간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날 발견했다.
꽤나 딥하게 우울했던 날이었는데.
지구 반대편 처음 본 왠 에어로빅 강사같은 사람에게서
핸드폰을 뚫고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갔나 보다.
영상을 보다가 문득,
아, 이래서 사람이 진짜 몸을 움직여야 하는구나.
가만히 있으니까, 몸은 굳고 생각은 저 먼 동굴속으로 자꾸만 들어가서
사람이 더 딥해지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눈떠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잠드는 그 순간까지.
몸은 가만히 두고 머리만 바쁘게 이리저리 굴리며 일하다 퇴근하니,
퇴근 후에는 꼭 생각이 딥하고 우울한 생각만 더 빠져들게 되었다.
오랫만에 다시 저 영상을 틀었다.
글을 쓰다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온 몸을 흔들며 한 곡 추고 나니
쑤시던 어깨뼈가 다 탈골된 듯 , 아니 오히려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온 몸을 털어 요란을 떨며 뚜시뚜시 움직였는데
오히려 에너지는 아까보다 조금 더 차오른듯한 느낌이다.
그러니 딥하다고, 춥다고 자꾸 웅크리지만 말고
운동을 하자. 간단한 스트레칭이라도 하자.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50분 수업 듣고 10분은 쉬었다.
그 때보다 몸은 더 나이들었으니, 일하다가도 꼭 한 번씩 일어나
굳은 몸을 풀어주자.
몸과 머리가, 마음과 생각이 굳어버리지 않도록.
언제나 유연하게, 쭉쭉 늘어날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