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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Nov 03. 2020

뜨게질_언제나 시작은 스웨터, but마무리는 목도리.

좋아하는 것들, 그 스물 일곱 번 째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 수업시간에 처음으로 뜨게질을 배웠었다.

헝겁을 꼬매고 지퍼를 달아 무슨 주머니 같은 것도 만들었었고

이런 실습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 시간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난 손으로 만드는 모든 걸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집 근처 문방구를 가서 문방구 아주머니께

수업시간에 쓸 뜨게질 실과 바늘을 처음으로 구입했다

나무젓가락 같은 끝에 얇은 고무 호수같은걸로 연결되어 있었고

실은 보통 4개가 한 묶음인듯 했다. 


양 손으로 바늘을 잡고 

코를 만들어 한 땀 한 땀 엮어 나가기 시작하면

뭔가 띠 같은 것이 만들어지다가, 그 띠가 점점 길어져 목도리의 형태가 되곤 했다.

뜨게질을 배운 후, 난 추운 계절이 시작되면 실부터 사러 갔는데 

완성품이 갖고 싶었다기 보다도 단지 그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였다. 

손으로 꼼지락 꼼지락 거리다보면 어느새 목도리가 하나 뚝딱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꼭 스웨터까지는 안만들어지더라.

재미가 너무 얕고 넓은걸까 나는. 하하. 




추운 계절이 왔다. 

집 안에 있어도 발바닥이 시린 계절.

저 창고 다락 위에 올려둔 뜨게질 실이 눈에 들어오는걸 보니

조만간 손에 바늘을 쥐고 뜨게질을 시작할 것 같다.

올해는 어떤 걸 완성할 수 있으려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다보면, 거기에 완전히 빠져들어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된다.

그 순간 만큼은 손에 핸드폰도 놓고, 다른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만들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손을 꼼지락 거릴수록, 점점 더 완성되어가는 결과물을 보는게 좋다. 


겨울.

춥지만 따뜻함을 만들어 더할 수 있는 계절.

손이랑 발바닥은 시려도, 마음은 따뜻하게 잘 감쌀 수 있는 계절을 만들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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