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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Nov 20. 2020

꽃, 그 향기로운 생명.

좋아하는 것들, 그 마흔 번 째


꽃.

이 단 하나의 글자만으로, 이미 향기롭다.


꽃.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것.


그래서 꽃.

난 꽃을 참 좋아한다. 



내 인생의 첫 번째 꽃다발은 유치원 졸업식.

내 인생에서 첫 번째 무언가 마무리를 짓고 완성하는 날이었지.

무려 태어난지 8년만에. 무언가를 첫 번째 이루어낸 날이었다. 

무얼 이뤘냐고? 

하나의 사회생활의 마무리 점을 찍었잖아.

얼마나 대단해, 고작 갓 8살 된 애가.


그게 그렇게나 대견하니, 

부모님들이 죄다 꽃다발을 사들고와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 새끼 고생 많았다. 

이제 진짜 내가 학부모가 되는구나 하며

처음으로 머리에 무슨 네모난 모자도 써보고

졸업장이라는걸 들고 사진도 찍고 그랬던 그 날.

내 인생에 첫 번째 꽃다발은 프리지아였다.

아주아주 샛노란 프리지아.


지금 생각해도 졸업식이면 2월인데

우리 엄만 어디서 그 프리지아를 구해 왔는지 의문이다. 

엄마가 내게 프리지아를 선물로 준 건,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어서이다.

엄마 머릿속에 가장 뇌리에 박혀 있는 꽃이어서이다.



성인이 될 때 까지는

무언가의 과정을 하나 마무리 하는 날, 꽃다발을 받았다.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졸업식.

고등학교 졸업식.

그리고 대학교 졸업식

(엔 꽃이 없었다_ 동생 중학교 졸업식이랑 겹친 관계로_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졌다)


그렇기에 그냥 그때까지의 내 곁의 꽃은

엄마아빠랑 꽃박람회를 놀러가거나

아침고요수목원이나 가야 보던 것이었다. 

아, 고등학생 즈음부턴 한 번 받는 날이 있었네.

로즈데이에 아빠가 엄마와 나에게 주던 장미꽃.

(거친 성격임에 반해 아빠는 꽤나 로맨티스트이다)




지금은 꽃의 대한 소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너무 좋다.

꽃집 , 하면 무슨 특별한 날에 꽃을 사는 꽃다발이 아니라

가끔 내 테이블에 올려둘 꽃도,

그냥 특별한 날이 아님에도,

누구든지 언제든지

일상에 꽃이 더해진 것 같아서 그게 참 좋다.


꽃을 꽤 가까이 곁에 두는 일을 하게 되면서

점점 꽃이 좋아져 스스로 자주 꽃을 사곤 하는데,

원데이 클래스로 몇 번 꽃을 배운게 전부이지만

꽤 자주 꽃을 사서 손질을 하고, 어울리는 것들을 엮어

일에 사용하고 난 남은 꽃을 예쁘게 포장해서

주변에 나눠주기를 좋아했다. 


그렇게 몇 번 주변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나눠주다보니,

우리나라에선 생각보다 남자가 꽃을 받을 일이 별로 없더라.

좀 애달팠다. 열심히 열심히 건네기만 하고, 받아보지는 못한다니.



집 근처에서 꽃 가게가 두 군데 정도 있다. 

이사오고나서 아직 한 번도 가보진 못했지만,

내일은 산책하다가 한 번 들러봐야지.

그리고 집 근처에 꽃을 언제든 몇 줄기 살 수 있는

단골집을 하나 만들어야겠다. 


꽃다발로 사면 비싸다 생각이 들지만,

때론 그냥 꽃시장에 가서 꽃 한묶음을 사와 

내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줘보자.

생각치도 못한 꽃향기에, 

조금은 힘들었던 마음이 풀어지며

얼굴에 한 순간 웃음꽃이 피는 걸 볼 수 있다. 


별게 아닌거다. 

내 옆 사람이랑 무언가를 나눈다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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