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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Nov 27. 2020

내 입맛, 좀 할매 같은가 -?

좋아하는 것들, 그 마흔 여섯 번 째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그에 가장 준하는 것은 바로 식습관이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잡아주는 식습관이

평생 내 입맛을 좌우하게 된다


난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초콜릿 사탕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간식거리를 굳이 찾아 먹지 않는다

친구들이 과자를 사서 집에 놀러오면

그게 일 년 넘게 그대로 있을 정도이다

오히려 간식으로 찾아 먹는 건

구황작물이나 과일들 -?


먹는 걸 어마어마하게 좋아하는 것에 비해

다행히도 좋아하는 것들이

기름지거나 단 것들이 아니어서

굴러다닐 정도는 아닌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세상에 빛을 보고 처음 태어나

그저 엄마 쭈쭈밖에 모르던 아기들은

점점 커가면서 우유에서 죽으로

죽에서 점점 고형식을 먹게 된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해서 더 좋은 걸 먹이질 못하고

이유식 만들때 된장을 쪼끔 넣어

간을 해서 줬다고 했다


여섯 살 부터 유치원을 다녔는데

그 때 처음으로 햄을 먹어봤을 정도였다

햄보다는 그냥 돼지고기 구워서

김도 간장 찍어먹는 구운 김으로

간식은 언제나 과일이나 감자 고구마를 먹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나는

과자가 맛있는줄도 모르겠고

초콜릿도 아이스크림도

있으면 한 두 입 먹긴 하겠지만

없으면 굳이 내 돈주고 사먹고 싶단 생각이 안든다

보통 다들 밥을 먹고 나면

후식으로 카페 가서 커피랑 디저트를 사먹는다는데

내 입맛은 영 그런게 당기질 않는다. 


겨울이 왔다.

군것질거리가 넘쳐나는 겨울.


따끈따끈한 국물과 어묵꼬치

요즘은 발견하기도 너무 힘든 붕어빵

이젠 드럼통에서 군밤모자 쓴 아저씨가 파는게 아닌

편의점에서 편의점 알바 동생들이 파는 군고구마

겨울이면 주머니에 꼭

천 원 짜리 몇 장은 있어야 한다는

바로 그 계절.


단감보단 홍시가 좋고

케이크보다 붕어빵을 좋아하고,

와플도 얇은 와플에 사과잼과 크림 바른게 좋고,

아이스크림도 꼭 팥 맛이나 배 맛을 좋아하는,

아홉살 초딩시절부터 군것질 사먹으라 하면

과일가게 쪼르르 달려가서

아줌마 자두 2천원어치만 주세요 ! 하던 나.


뭐 좀 할매 입맛이면 어떠한가.

으르신 입맛이면 어때.


요즘은 이런게 더 귀한 세상.

과자대신 약과와 떡을 사먹던 나를 보며

옛날엔 할머니냐고 친구들의 놀림만 받던 입맛이

레트로 열풍을 타고 이젠 이게 힙한 입맛이라니 

거 참 웃음이 난다.


아, 

춥다.

그나저나 대체 붕어빵은

어디에 파는거야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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