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그 마흔 여섯 번 째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그에 가장 준하는 것은 바로 식습관이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잡아주는 식습관이
평생 내 입맛을 좌우하게 된다
난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초콜릿 사탕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간식거리를 굳이 찾아 먹지 않는다
친구들이 과자를 사서 집에 놀러오면
그게 일 년 넘게 그대로 있을 정도이다
오히려 간식으로 찾아 먹는 건
구황작물이나 과일들 -?
먹는 걸 어마어마하게 좋아하는 것에 비해
다행히도 좋아하는 것들이
기름지거나 단 것들이 아니어서
굴러다닐 정도는 아닌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세상에 빛을 보고 처음 태어나
그저 엄마 쭈쭈밖에 모르던 아기들은
점점 커가면서 우유에서 죽으로
죽에서 점점 고형식을 먹게 된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해서 더 좋은 걸 먹이질 못하고
이유식 만들때 된장을 쪼끔 넣어
간을 해서 줬다고 했다
여섯 살 부터 유치원을 다녔는데
그 때 처음으로 햄을 먹어봤을 정도였다
햄보다는 그냥 돼지고기 구워서
김도 간장 찍어먹는 구운 김으로
간식은 언제나 과일이나 감자 고구마를 먹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나는
과자가 맛있는줄도 모르겠고
초콜릿도 아이스크림도
있으면 한 두 입 먹긴 하겠지만
없으면 굳이 내 돈주고 사먹고 싶단 생각이 안든다
보통 다들 밥을 먹고 나면
후식으로 카페 가서 커피랑 디저트를 사먹는다는데
내 입맛은 영 그런게 당기질 않는다.
겨울이 왔다.
군것질거리가 넘쳐나는 겨울.
따끈따끈한 국물과 어묵꼬치
요즘은 발견하기도 너무 힘든 붕어빵
이젠 드럼통에서 군밤모자 쓴 아저씨가 파는게 아닌
편의점에서 편의점 알바 동생들이 파는 군고구마
겨울이면 주머니에 꼭
천 원 짜리 몇 장은 있어야 한다는
바로 그 계절.
단감보단 홍시가 좋고
케이크보다 붕어빵을 좋아하고,
와플도 얇은 와플에 사과잼과 크림 바른게 좋고,
아이스크림도 꼭 팥 맛이나 배 맛을 좋아하는,
아홉살 초딩시절부터 군것질 사먹으라 하면
과일가게 쪼르르 달려가서
아줌마 자두 2천원어치만 주세요 ! 하던 나.
뭐 좀 할매 입맛이면 어떠한가.
으르신 입맛이면 어때.
요즘은 이런게 더 귀한 세상.
과자대신 약과와 떡을 사먹던 나를 보며
옛날엔 할머니냐고 친구들의 놀림만 받던 입맛이
레트로 열풍을 타고 이젠 이게 힙한 입맛이라니
거 참 웃음이 난다.
아,
춥다.
그나저나 대체 붕어빵은
어디에 파는거야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