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요즘 출근길에 새로운 루틴이 생겼는데 옥수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옥수역 초입에는 보라색 꽃이 핀 나무가 있고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오늘은 또 많이 떨어졌네. 매일매일 그날의 풍경이 생생하다.
그리고 성당에 잠깐 들리는 것. 내가 명상을 시작하지 않았었다면 성당에서 일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치만 카톨릭 교회의 가부장성이나 성별 이분법적인 사고, 죄의식이 나는 너무 불편했어.. 그래서 초등학교 이후엔 아무도 없는 시간에만 주로 갔었던 것 같다.
아무도 없는 그 공간에서 비로소 나는 신과 1:1 관계가 되는 걸 느꼈다. 그때 나누는 대화는 사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대화다. 신은 늘 내 안에 있으니까.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성모님이라는 존재를 통해 가장 많은 위로를 받았고, 받고 있네.
성모상은 언제나 밖에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슬쩍 볼 수 있고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아기 예수를 안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성모상이 나에겐 엄마와 마찬가지였다. 그 앞에서 나눴던 대화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이 아닐까, 늘 어떤 보호 속에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요즘엔 스스로를 십자가에 못 박을 수 있던 그 마음이 뭘까, 생각한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의지와 용기가 여전히 오랫동안 전수되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동시에 이제는 어떤 한 존재만의 성장으론 턱없이 부족한 시대라는 생각도 한다.
성당 밖에서도 기도가 이어지는 것, 그 삶이 실천되는 것. 개인의 수행 없이는 되지 않는 삶이다. 종의 가르침이라는 것은 학습 없이도 알 수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혼자와, 함께가 쏟는 에너지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해.
나로부터 시작하는 생명을 소중히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계속해서 확장되는 것.. 그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