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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May 12. 2022

니모의 명상 일기

미술치료

지난 내 인생의 긍정적 기억 작업을 하면서 지난번에 참여하지 못했던 나의 어린시절 첫 기억과 연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어린시절 첫 기억은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일광욕을 하던 순간이다. 그 기억이 정말로 기억인지, 아니면 사진을 통해 회상해서 남아있는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닫힌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는 햇살, 따뜻한 공기, 봄 냄새, 나뭇잎의 사그락 거리는 소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음성, 이런 것들이 기억난다. 

내 인생의 긍정적 기억을 떠올렸을 때도 그 장면이 떠올랐고 햇볕의 따뜻함,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 같은 것들이 밝은 노란 빛으로 느껴졌다. 내가 받았던 사랑이 끊기지 않는 선으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또 확장되는 그런 느낌을 가지며 선화를 그렸다. 

이번 회기는 내가 명상을 함께 진행해야 해서 그림 보다는 참여하시는 분들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에너지 상태를 살피려고 노력했다. 노력했다기 보다는 느끼려고 했다,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명상 세션은 항상 트레이너의 에너지 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트레이너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임하는지가 그 세션의 과정과 결과와 이후의 삶에서 계속 파장을 일으킨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느낌, 긍정적인 기억에 대한 떠올림이 세션 전반에서 함께 상호작용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명상을 가이드 할 때 깔고 가는 가장 중요한 전제가 인간은 감정이나 트라우마에 국한된 콤플렉스 덩어리가 아니라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 때 필요한 정서를 선택하고 창조할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이다. 감정은 파도처럼 늘 변화하고 오고 가는 것이지만 그것을 선택하고, 또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변함없는 생명력이 인간에게는 있다. 세션 전반에서 함께 그것을 느껴보고, 또 체험해 보고자 집중했다. 


강원도 나들이에서 떠올렸던 신 선생님의 하늘, 흩어져 있던 것들이 명상을 통해 모아지는 느낌, 눈물로 일어나는 혼의 떨림, 자기 자신에 대한 집중 같은 것들이 모두 그 생명력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그것이 또 벨라님의 하늘과도 연결이 되고 나무야님의 기억 속에 자리한 세도나의 밤하늘과도 연결되는 것이 참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연결된 존재로서 함께 성장한다. 자기 자신과, 또 타인과 세상과의 연결감을 느낄 때 몸의 온도가 올라가고, 가슴의 사랑이 느껴지고, 그것을 삶에서 펼치려고 할 때 인간은 진정한 건강과 행복과 평화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꿈꾸는 막내님이 아픈 어머님과 함께 했던 기억이,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 속에 또 축복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신 것도, 괜찮아님이 강렬한 자아의 열망을 감각하신 것도, 박 선생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었다는 말씀도, 우리 모두가 어려움이나 상처에 멈추지 않고 그것을 딛고 일어나고자 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나의 성장과 확장에 대한 열망이 비난 나의 것만이 아니고 또 가르치고 배운다는 일방향성의 소통도 아닌 다차원의 상호작용으로 동시다발적인 빅뱅 같은 알아차림으로 지금 이 순간도 일어나고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었다.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들 너머에 창조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인지로, 정서로, 무엇보다 에너지의 감각으로 느끼는 순간이 나에게는 정말로 소중하다. 채색화를 그리면서 이 세션을 통해 내가 타인과 함께하는 치유의 감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원에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비둘기에게 밥도 주고, 나무와 햇살과 하늘의 보호를 받았던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내 안에 녹아서 또 다른 누군가와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되고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멈추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으면, 또 새로운 문을 열고 더 큰 나와 만난다. 한계없이 커져 나가는 존재. 한계없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고, 신이 준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했다. 


- 명상으로 수업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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