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 자신이 되라고 한다.
하지만 노래 가사처럼, 내 마음 나도 몰라.
나도 내가 되고 싶다.
내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자신은 정해져 있는 걸까? 그리고 그 길을 찾기만 하면 되는 걸까?
운명. 나는 무엇을 할 운명인데, 그걸 몰라서 ‘성공’을 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위대한 피아니스트 일수도 있고, 뛰어난 운동선수일 수도 있다.
게이머일수도 있지. 혹은 개발자일수도.
그런데 내가 나의 운명을 찾지 못해, 알지 못해, 내가 되어야 하는 그 무언가가 아닌
다른 것이 되려고 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건가?
사실은 전혀 뜬금없이, 내가 생각조차 못했던, 공무원이 되어야 할 운명인데 가수가 되려고 하니 안되는건가? 그럼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대체 뭐지?
나도 성공하고 싶고, 나도 행복하고 싶다.
반드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아 내어, 운명의 탄탄대로를 타고 말겠다고, 그러면 인생의 성공과, 자아 성취와, 만족도와 행복, 전문성 그 모든 것이 따라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찾을 수 없었고, 내 인생을 바치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일도 찾을 수 없었다. 좋아하는 일이 있긴 하지만 뛰어난 재능이 없는 것 같은데 올인해도 되나, 라는 의구심만 들었다. 내가 되어야만 하는 어떤 것,을 찾기만 하면 나는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왜 나는 그걸 찾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나 자신’조차 찾지 못하는 걸까.
회사 밖은 지옥이라지만 의외로 천국같은 곳도 많이 있었다. 물론 지옥같은 순간들도 있었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여정 속에서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을 발견한다는 건,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내 운명에 대한 선명한 안내서, 목적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건 애초에 없는 거였다.
이미 쓰여져 있는 안내서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것이다.
내 자신이 된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돌 속에 숨어있는 나 자신을 나 스스로 차츰차츰 드러내 보이는 과정과 오히려 더 비슷한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싫어하는지. 좋아하는 것들은 간직하고, 다듬어 나가고, 싫어하는 것들은 깎아낸다. 내 조각상이 이 포즈를 하길 원하면 최대한 그 포즈를 취하도록 깎아보고, 깎아나가다 이 포즈보다 저 포즈가 더 아름다운 것 같으면 포즈를 수정하고, 계속 깎아 나간다. 그 과정은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알려줄 수 없는 것이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미셸 오바마의 말대로, 인생은 무엇이 되는 것(be) 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내 자신이 되어가는 (becoming) 과정인 것이다.
진정한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세상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원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참 단순하고 쉽게 생각되지만, 사실 그렇게 쉽지 않다.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성공하고 실패하면서 알게 된다. 무엇이 진정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외부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하는 것들이 아니다. 변치 않는 소나무 취향같은 것들, 이랄까. 남들이 다 미쳤다고 해도 하는 것, 돈이 되든 안되는 하는 것, 시간 낭비, 돈 낭비인데도 하는 것. 남들 눈치 보면서 웃지 않고, 울지 않는 것.
그런 것들이 하나 둘 드러날수록, 나는 점점 나 자신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조각에는 설명서를 보고 그대로 조각해 만든 조각상에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원본성(originality)가 존재한다. Originality를 가진 작품은, 모사품들이 듣는 완벽하다는 말을 들을 수 없을 지 몰라도, 완벽한 모사품이 절대로 될 수 없는 것, 시대를 넘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위대한 작품이 된다.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면, 조각하는 과정이 더디고, 이 길이 맞는지 알 수 없고, 남들보다 삐뚤빼뚤해 보이더라도,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된다. 사실 그런 꿈을 꾸는 것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나 자신이 되어가는 여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