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직접 추천하는 서재 공간, <클둥빌라> 만들기
<살려야 한다, 사내 도서관! (1)>에 이은 두 번째 글입니다.
사내 도서관을 만들면서 버리려고 했던 책장입니다. 오래되어서 이곳저곳이 뒤틀리고, 휘어졌지만 그냥 버리기엔 아까웠어요.
피플팀에서 사내 도서관을 만든 건 직원분들이 책을 읽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도 읽지 않으면 소용이 없겠죠. 책을 많이 비치하는 것보다 책에 흥미를 갖도록 돕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버리려던 책장을 활용하기로 했어요. 무엇보다 직원분들이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콘텐츠 셀의 PD '니모'와 크리에이터 셀의 MD '베이'가 함께 했어요,
3단 책장의 이름을 '클둥빌라'로 이름 짓고 각 단은 101호, 201호, 301호로 정했습니다. 니모는 201호, 베이는 301호에 입주하기로 했죠. 먼저 니모의 작업 과정부터 볼까요.
니모가 바닥에 앉아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의 정렬 순서를 정하고 있군요.
추천사를 집에서 만들어왔습니다.
책갈피까지 만들어서 책을 보는 직원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어요.
201호 입주가 금방 끝났습니다. 니모는 <남자들 쓸쓸하다(2005)>,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2019)>, <저녁에 당신에게(2017)>, <나는 지금 그곳에 있다(2017)>까지 무려 네 권의 책을 추천했습니다. 그중 한 권의 추천사를 볼게요.
"...배우 봉태규의 에세이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라는 책에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버지로서 느껴오는 감정들이 덤덤하게 담겨있어.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아버지께서도 이런 생각을 하셨겠지?'라는 물음을 계속하게 되더라. 더불어 편안한 느낌의 사진들과 큰 글씨, 적은 양의 페이지 수가 아주 매력적인 책이야. 게다가 '나도 나중에 가정이 생기면 이런 에세이를 만들어보리라-'라는 꿈을 갖게 해."
벌써 누군가가 책을 빌려갔습니다. 대기자도 있어요!
301호를 책임지는 베이도 사무실 한 구석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베이! 거기서 뭐 해?"
"응, 추천사 써."
손글씨로 추천사를 쓰고 있군요.
집에서 엄청 열심히 준비해왔습니다. 화면 위쪽에는 301호를 어떻게 꾸밀지 구상한 그림이 있고, 아래쪽에는 추천사를 써두었어요.
흐뭇해하는 중
주의: 자신 있는 자만 펼쳐보시오.
추천사로 또 다른 책을 만들었습니다.
초대권도 만들었습니다.
"제가 소개한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의 원작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미칠 듯한 압도감의 이 영화, 저와 함께 봐요!"
저도 101호에 입주했습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2012)>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2004)> 두 권을 추천했어요. 책 위에 편지 봉투를 두었습니다.
봉투를 열면 추천사가 있습니다.
드디어 클둥빌라 첫 입주를 마쳤어요. 오래된 책장이 클원 직원들의 이야기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 같아요. 첫 입주인 만큼 이 소식을 널리 전해야겠습니다. 첫 입주자들과 함께 클둥빌라 입주식을 했어요.
서울 한복판에 당당히 입주한 클둥이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주 기념 떡을 돌리고 싶었으나 각자의 지갑 사정은 1년 365일 여의치 않으므로 젤리를 선택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멋집니다.
지나가던 애쉬튼에게도 젤리를 돌리고요.
책을 읽어보라며 홍보도 했습니다.
클둥빌라를 만든 건 단순히 재미있기만을 바란 게 아니었습니다. 시험기간에 명언을 벽에 붙여 학습의지를 다지듯 각자의 개성을 사무실 곳곳에 드러내면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직원에겐 아이디어를 선물할 수도 있고요. 아이디어가 어떻게 생기냐고요?
유현준 교수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테헤란로보다 홍대, 명동, 가로수길이 재미있는 이유를 가게 입구 수로 설명했습니다. "100m를 걷는 동안 보행자가 선택 가능한 가게 입구의 숫자는 홍대 34개, 명동 36개, 가로수길은 36개, 강남대로 14개, 테헤란로는 8개"라며 "가게 입구는 TV 채널과 비슷하다"라고 했죠. TV 채널이 많을수록 볼거리가 많은 것처럼 가게가 촘촘하게 모여있을수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게 입구가 많으면 걷고 싶은 거리가 되는 것처럼, 회사 안에도 여러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있다면 더 많이 돌아다니고, 모이면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직원이 추천하는 책도 읽고, 아이디어도 얻고! 이번 프로젝트가 일석이조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클둥빌라!' 프로젝트는 8월 19일(월)부터 21일(수)까지 3일이 걸렸습니다.
웹사이트
<걷고 싶은 거리엔 이유가 있다>, 《조선닷컴》, 2017.06.22. 참조. (2019.08.2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1/20170621036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