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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스원오원 Feb 08. 2021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2021년 2월 5일 방송(시즌3, 3화)

친구들 안녕! 나는 미국 PD 파우스티나야. 클원에서 이름이 가장 긴 클둥이지. 나는 미국, 캐나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님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클래스를 만들고 있어. 그 클래스들을 통해, 역시나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클래스메이트들의 불타오르는 창작 욕구를 채워주려고 노력하고 있지.


다들 알겠지만, 그리고 또 대부분의 클둥이들의 업무가 그렇겠지만, 내가 하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 그리고 사람과의 소통이야. 클래스의 주제에 맞춰 기획된 커리큘럼을 다듬고, 또 크리에이터님이 스크립트를 써주면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고, 그리고 나면 가장 중요한 강의 영상을 만들고… 또 거기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영상을 고치고. 게다가 클래스메이트와의 소통도 중요해. 미션을 하나하나 해냈다는 기쁨에 찬 댓글부터 자신이 기대했던 수업이 아니라며 실망이라는 불만까지, 내가 직접 소통하진 않지만 하나하나 놓쳐서는 안 될 이야기들인 건 분명해.


그러다 보니까 한꺼번에 메시지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날이 종종 있어. 여러 클래스에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해서 크리에이터님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 번 해야할 때도 있고. 게다가 미국은 시차가 있으니까 미국의 크리에이터님으로부터 밤새도록 메시지가 올 때도 있어. 지금이야 답변 시간도 어느 정도 기준이 생겼고, 내 나름의 요령도 생겨서 괜찮지만 한때는 새벽 내내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날이 부지기수였어. 내 일의 8할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나인데, 진짜 사람이랑 말하는 것조차 싫어지더라고.


누가 톡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것 같은, 꽉 찬 물풍선 같은 마음으로 지내던 12월의 어느 날, 한 크리에이터 님의 메시지에 결국 퇴근길 지하철에서 울어버리고 말았어. 마카로 귀여운 캐릭터를 그리는 Anzy 님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분이 글쎄 이렇게 말하는 거야.


“사실 나는 영상을 만들 때 네 생각을 해. 왜냐하면, 너는 하루 온종일 여러 개의 영상을 보고 그 영상들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있을 거잖아. 그래서 난 내 영상을 좀 더 흥미롭게, 네가 좀 더 즐길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


중간에 내려서 정말 펑펑 울었어. 대개 크리에이터님들은 애타게 기다리는 클래스메이트를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은 자주 해. 그때도 물론 감동이고 감사하지. 그런데 영상을 검수하는 내가 힘들까봐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하신다니. 진짜 창피한 줄 모르고 눈물, 콧물 다 뺐어. 그리고 한참을 벤치에 앉아 있었어.


나는 약 6년 동안 카메라 기자였어. 어릴 적부터 이루고 싶던 꿈이었고, 말 그대로 Dreams come true였지. 방송국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을 때, 자기소개서 마지막에 “진정한 카메라 기자는 ’지식’,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요소를 고루 갖춘 사람입니다.”라고 썼고, 그러니 그런 사람인 내가 해야한다고 썼어. 다 울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딱 그 생각이 나더라.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동료들과 함께 하는 클둥이로서, 클래스101의 클래스를 만드는 PD로서, 그리고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이었던 거야.


Anzy 크리에이터님의 메시지가 그걸 다시 일깨워줬어. 그 메시지를 계기로 어떤 일이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낼 수 있다거나 하는 그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건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내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줄 수 있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내가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라는 걸 되새길 수 있었어.


친구들도 그럴 거라 믿어. 친구들 옆에 있는 내 동료가, 나와 함께 일하는 크리에이터가, 우리를 응원해 주는 클래스메이트들이, 클래스101이 지구 1등이 되기 위해 달려가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모여서 클원의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만들어내고 있을 거라고 말야.


친구들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Hole의 Malibu야.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선곡에 대한 해석은 그냥 친구들에게 맡길게. 마지막으로, 다음 주 월요일엔 프로덕트 디자이너, 쏘리가 101MHz를 이어갈 거야.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101MHz를 마칠게. 안녕!


Anzy 크리에이터님이 파우스티나에게 보낸 매시지




다시 듣는 101MHz

101MHz는 매주 월, 수, 금 오후 5시, 클래스101 오피스에서 짧게 방송하는 사내 프로그램입니다. 한 명의 직원이 나와 자신이 보고 들었거나 겪었던 일 중에서 회사의 비전과 문화가 멋지게 드러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수강생의 사연, 크리에이터의 한마디, 직원의 경험 등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직원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사연들을 모아 '다시 듣는 101MHz'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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