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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드 Jun 19. 2023

베란다 손님

클로드 자작시

베란다 손님

   -클로드-


유달리 새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요즘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귀를 나침반 삼아 다가간다.


창 너머 보이는 회색빛 움직임들

세상에!

우리 집에 손님이 찾아왔네


창밖 실외기 사이에 자리한

비둘기 가족

어미는 먹이느라 여념이 없고

아가들은 나도 달라고 뺙뺙 운다.


어쩌다 우리 집에 찾아왔을까!


집도 짓고, 알도 낳고, 아가 새들도 나오고

털 복슬복슬 어린이 새가 될 때까지 몰랐네

이렇게 된 거 다 자라서 날아갈 때까지

그저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내렴


행여나 육아에 방해될세라 그쪽 창문은 닫아놓을게

먹이고 있을 때는 방해하지 않을게

끝까지 잘 키워서 저 산으로 함께 날아가렴


위생? 그쪽 창은 닫아놓으면 괜찮아

어지른 건 나중에 치울게


더위? 에어컨 트는 것도 좀 미룰게

실외기 뒤에서 너희가 더울까 봐 걱정이다


때가 되면 훨훨 날아가렴

그때까지 무탈히 건강하렴


하고많은 집 중에 우리 집에 온 건

이유가 있겠지

인연인 거겠지





요 근래 새소리 참 듣기 좋다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소리가 너무 가까운 거예요.

그래서 베란다 밖에 나가 귀를 쫑긋하며 따라가 보았죠.

평소 잘 열지 않던 실외기 쪽 문을 여니, 무언가 움직이는데~~

말로만 듣던 일이 우리 집에도 일어났네요 ㅎㅎㅎ

세균이니 털이니... 온갖 생각이 잠시 스치긴 했지만,

이미 태어나 자라나고 있는 생명을 어디로 보내겠어요.

당분간 창문 하나 안 열고 살면 되죠~


어릴 적 집에서 새 기르며 알에서 부화한 십자매 키키 생각도 나고,

처음 보는 어린이 비둘기들이 신기하기도 했어요.

사람이라고는 난생처음 볼 텐데, 까만 두 눈으로 순수하게 쳐다보는 모습이 예쁘기도 해요^^

비둘기 가족이 자리 잡은 쪽이 에어컨 실외기 바로 뒤편이라서... 에어컨 트는 것은 포기했어요.

한 2~3주 내에 다 크지 않을까요? ㅎㅎㅎㅎ (무럭무럭 어서 자라라~~)

만약 모르고 틀었다면,,, 얼마나 시끄럽고 뜨거웠을까요 ㅠㅠ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앞으로는 여름 에어컨 가동 전에 꼭 실외기 주변을 살펴야겠어요.


비둘기 가족이 훨훨 떠나면 그때 청소하죠 뭐~

청소해 주시고 집 짓는 거 방지물 설치해 주는 업체도 있더라고요.

다 방법이 있으니~

그때까지는 마음 편히 놔두렵니다.

엄마 비둘기가 육아하는데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면서요. (엄마마음 알기에)


비둘기가 언제부턴가 그리 반가운 새가 아니게 되었지만요,

그래도 내 집에 찾아와 집 짓고 아기 새 키우고 하니

또 각별하게 느껴지네요.

마땅히 둥지 틀 데가 없어서 그런가 안타깝다가도

고개 돌리면 바로 산이고 나무가 가득한데, 왜 하필 베란다지... 미스터리이기도 합니다.

비둘기!! 너희도 나처럼 시티라이프를 즐기는구나 ㅋㅋㅋ


저희 딸은 벌써 이름도 다 지어주었고요,

저는 아까 쓰레기 버리러 나갔는데 주차장에서 마주친 비둘기가 우리 집 어미 비둘긴가 싶기도 해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태둘기니?" ^^;;;;


처음엔 대략 난감하던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흘러 빈 둥지만 남으면 또 어떤 마음이 들까 싶습니다.


이렇게 이번 여름 

비둘기 가족과의 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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