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신박한 정리>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리정돈이 주특기인 나는 한 회도 빠짐없이 재미있게 보았다. 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저런, 저런 사람이 사는 집인지 물건이 사는 집인지 모르겠군, 저렇게 크고 좋은 집이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네, 등등의 혼잣말을 했다. 리더 역할인 ㅅ배우도 나 못지않게 정리정돈이 주특기인 모양이었다. 정리정돈 전문가가 전문가의 눈으로 스캔해서 하루 이틀 동안 물건의 집을 사람의 집으로 싹 치우고 바꾼 후에 집주인이 와서 보고 경탄과 감동을 하고, 때로는 눈물까지 흘렸던 기억이 있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것으로부터 정리가 시작된다. 신청자의 집에 가서 보면 대개는 비슷한 물건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카메라가 돌면서 집 내부를 보여주는데 화면으로 얼핏 보기에도 쓸모없는 물건들이 많았다. 저것도 필요 없고 저것도 버려야 하고. 티브이를 보면서 어이없어하며 사람이 살면서 무슨 물건이 저렇게 필요하다고, 딱 필요한 것만 놓고 살아야지. 이렇게 중얼거리며 내 일처럼 몰입한다. 물론 물건의 주인에게는 다 필요한 이유가 있겠지. 하다못해 충동구매라는 이유라도 있을 것이다. 비슷비슷한 물건들은 백 프로 똑같지는 않고 하다못해 모양이 같으면 색깔이라도 다르다. 다만 그 용도는 같을 뿐이다.
나는 요즘 말로 미니멀 라이프로 살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건 아니고 살다 보니 그런 취향이 된 것 같다. 필요한 것도 많지 않고 욕심나는 것도 많지 않다. 눈으로 보고 즐거우면 딱 거기까지이다. 어떤 것은 갖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히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가 많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가끔은 집을 아기자기한 물건으로 꾸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생각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정리를 안 하면 식탁 위는 자잘한 물건들로 점령당한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음을 주기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일상의 자잘한 걱정거리와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점령당한다. 결국에는 마음의 주인이 나인지 그러한 것들인지 모를 지경이 된다. 마음에 들어차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버릴 건 버리면 마음에 여유 공간이 생길 것이다. 그 공간에 꽃도 심고 나무도 심어서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꾼다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아름다워질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에 있는 정원의 향기가 우러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집이든 마음이든 인간관계든 꽉 채우는 것보다는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스푼만 덜어내면 가뿐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