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용실 가는데요. (2025.07.26.(토)) *
- 미용실 가는데요.
지난주에 교회의 A가 물었다.
- 이번 주에 방학하겠네요.
- 네!
- 방학하면 좀 쉬세요.
- 아, 이번에는 2일밖에 안 되어서요.
-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아, 2주일밖에 안 된다는 거죠?
- 아뇨. 2일이요.
- 네??? 2일이요???
방학하는 날 오후, B 자리로 전화가 와서 당겨 받았다. 이렇게 말했다.
- 오늘 방학을 했으니 개학하면 다시 전화 주세요.
- 언제 개학인가요?
- 다음 주 월요일입니다.
- (한참 뜸을 들이더니) 아, 8월 4일이요?
- 아뇨. 다음 주 7월28일, 다음 주 월요일에 개학이에요.
- 7월28일에요? 오늘 방학이라면서요.
- 하하하. 네! 이번에 방학이 짧아서요.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곧 다시 개학할 예정이다. 7월 중순부터 조금 쉬어 주어야 하는데 올해는 겨울방학에 학교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곧바로 2학기가 시작되는 바람에 여름방학이 2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주말까지 하면 4일이나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2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외부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해서 천천히 다시 한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한 일이 되었다.
정말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시작했던 1학기가 휘리릭 끝나게 되어서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척 아쉽기도 하다. 학기 초에 이런저런 일로 헤매고 있는 나를 보고 C가 말했다.
- 재미있게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재미있게’라니! 아이들도 5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5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모든 것이 힘에 부쳤고, 아이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도 버거웠으며 아이들과의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 말. 바빴다. 이토록 담임이 바쁜 줄 몰랐다. 그래서 교무실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 담임이 이렇게 바쁜 거였어요?? 부장과는 비교도 안 되네요.
내 말을 들은 D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 부장 짱! 부장 짱!
이 말을 들은 E는 이렇게 말했다.
- 뭔가 하려고 하면 바쁜 거고, 별로 하려고 하지 않으면 장땡이고!
이렇게 말하는 E도 다른 사람들의 일하는 속도에 거의 맞춰가면서 하고 있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특히 올해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늑장 부리지 않고, 제시간에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모두 부지런했다. 항상 제일 많이 늦는 것 같은 내가 늘 이렇게 질문한다.
- 이 일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그럼 (생각지도 않게) E가 대답한다.
- 이렇게 하는 거야.
E의 대답에 놀라서 다시 답변한다.
- 아니 E! 벌써 이 일을 한 건가요? 예전과 달라진 것 같은데요??
방학 하기 전날 혼잣말을 하면서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 아, 이번 학기도 열심히 살았네요.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말한다.
- H(나)는 이번 학기뿐만 아니라 항상 열심히 살잖아.
- 그러니깐.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 너무 바쁜 거 아니야?
- 좀 쉬어가면서 해라.
그 말들에 일일이 답변할 수도 없었고 해명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 말 중에 이 말이 가장 마음에 박혔다.
- 항상 열심히 살잖아.
방학을 맞이한 날, I가 나가면서 묻는다.
- 어디 가요?
멈칫했다가 대답했다.
- 미용실 가는데요.
- 하하하. 잘 다녀와요. 미용실.
2학기에는 무언가 눈에 보이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이들에게도 주문했다.
- 이미지를 바꿔보기! 머리를 자르든지, 눈썹을 밀든지!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미용실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내가 디자이너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 빠글거리게 해 주세요.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 오, 지금 그대로가 제일 예쁜데요.
- 아뇨. 제일 강하게 말아주세요.
몇 년 전 J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해 본다.
- 머리를 잘랐어. 조금 짧아졌어. 그리고 많이 빠글거려. 볶아달라고 했어.
1학기와는 다른 2학기를 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을 바꾸고 있다. 오래되어서 헐거워지고 낡았는데도 아쉽고 아까워서 계속 사용하던 것들을 과감히 뜯어서 버리고, 낯설어서 주춤하게 되지만, 새것으로 바꿔보려고 애쓰며 노력하고 있다. 오래된 차도, 뜯어진 슬리퍼도, 너덜대며 음악실 문에 붙어있던 포스터도, 뒤죽박죽이었던 온갖 것들도…. 오래전 K 업무 때문에 속상해하던 나에게 L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 Dry 해야 해요. 감정을 섞지 말아요.
나는 어떤 2학기를 보내고 싶은 걸까. 이렇게 보낼 수 있을까. 감정을 섞지 않고 dry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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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가 휘어져서 자물쇠 잠그기가 어렵다는 말을 내내 들었음에도 바꿔주지 못하고 있다가 방학식 날이 되어서야 새것으로 바꾸었다. 아이들에게 말했다.
- 자물쇠 새것으로 다 바꿈. 2학기~~
휴, 2학기를 시작해도 될 듯.
#미용실 #방학 #개학 #감정 #2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