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하나님! (2025.08.02.(토)) *
- 안녕하세요! 하나님!
학기제 수업이 되면서, 1학기에 만나던 아이들과는 아쉬운 작별을 하고 2학기에는 새로운 학급들과 만나게 되었다. 1학기 내내 오다가다 멀뚱멀뚱 얼굴만 보던 사이여서 머쓱하게 고개만 까닥하는 인사만 하거나 모르는 척 지나친 아이들과 수업 시간에 직접 만나게 되니 훨씬 더 반가운 느낌이었다. 담임 선생님들이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 드디어 한 학기 동안 기다리던 음악 시간이라고 아이들이 엄청나게 기대하던데요!
기대하는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녀석들일지 궁금했다. 첫 시간에 이렇게 외쳤다.
- 오! 우리가 이제야 만나게 되었네요!
아이들은 내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정말, 이제야 만나게 된다니! 복장이나 이러저러한 일로 얼굴을 익혔던 아이들을 보면서는 이렇게 인사했다.
- 오! 당신 이름이 A였군요!
여느 때처럼 수업 시작과 끝에 번호순대로 기도하기로 했는데 이번 2학기 학급 중 이런 문구로 기도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 안녕하세요! 하나님!
‘안녕하세요! 하나님!’이라니! 나는 깜짝 놀라서 웃음을 참으며 눈을 살짝 떠보았는데,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새였다. 하나님께 인사하면서 기도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마치 이런 느낌이었다.
- 하나님, 잘 지내셨어요??
물론 나도 마지막 부분을 늘 이렇게 끝맺기는 한다.
- 저, 인제 그만 잘게요, 하나님.
아이들의 기도는 의외로 쉽고 단순하고 짧다. 원하는 것만 콕 집어서 말한다.
- 수업 시작했습니다. 아멘.
- 수업 잘 듣게 해 주세요.
- 이번 수업 끝나고 점심 맛있게 먹게 해 주세요.
- 오늘 수업 끝나고 집에 잘 가게 해 주세요.
1교시 수업 시간에 기도하는데, 하루가 다 끝나고 하는 기도를 하는 녀석들도 많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앞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가볍고 솔직하게 기도하는 아이들의 기도가 참 담백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누군가의 기도를 들은 B가 말했다.
- 기도는 잘하더라고요.
나는 그 말에 아주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 B! 그게 무슨 뜻인가요??
B가 말했다.
- 흠…. 기도는 미사여구로 가득 차 있는데…. (말을 잇지 못함)
B는, ‘기도는 저렇게 하지만, 행동도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B의 말을 들은 이후, 기도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가. 얼마 전에 감동적인 기도문을 구한다는 글을 읽었을 때 그 글이 왠지 불편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 기도는 하나님께 하는 것인데, 감동적이라는 말이 맞는 표현인가??
‘중보기도’라는 것이 있다.
- 중보기도(仲保祈禱) :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하는 기도.
자기의 문제를 놓고 각자 기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좀 더 긴급하거나 심각한 일이 있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나의 기도 제목을 알려주고 기도를 부탁하는 일도 많다. 혼자서 기도하는 것보다 함께 기도하는 것이 더 힘이 있기에 응답받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중보기도’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의 중보기도 제목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 다른 사람의 중병 치료를 위한 기도보다 나의 감기 치료를 위한 기도가 더 간절할 때가 많지.
- 사람들이 진짜로 이 기도를 할 거로 생각하는 건가?
사실, 다른 사람을 보기보다 나 자신을 보면 이 말들이 이해된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기도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도 한 줄을 해 줄 시간과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내 기도 제목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신뢰가 가는 사람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기도 제목을 오픈한다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고 물어보지 않는 추세다. 중보기도는 모르겠지만, 기도 제목만 알려지고 설왕설래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C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 누구에게 기도 제목을 말하겠어요….
그런데도 나에게 정말 중요했던 D 기도 제목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함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너무 싫어서 딱 한 사람, E에게만 말했던 적이 있다. 그때 E에게 말했다.
- E! 너에게만 말하는 거야. 기도해 줄 수 있어?
E는 이렇게 말했다.
- 걱정하지 마. 기도하고 있으니까.
E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D 기도 제목은 놀랍게도 그 일이 시작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 1차 마무리가 되었다. 그때 그 기쁜 소식을 E에게 알려주어야 했는데, 왜 놓쳤지??
- E! 그때 너에게만 말했었던 D 기도 제목,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어. 너에게 말한 뒤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더 말하지는 않았어. 다행스럽게도 그 일이 1차 마무리가 되었어. 이 소식을 직접 전해주어야 했는데 아쉬워. 너도 기뻐할 거로 생각해. 너의 기도 덕분이겠지??
아름다운 단어와 화려한 문장으로 가득하고 문학적인 어귀로 사람들을 감동케 하는 기도문이 아니더라도, 투박하고 단순하고 꾸밈이 없으며 소탈한 우리의 속내 그대로 드러나는, 때로는 한숨과 원망과 바람이 뒤섞인 짧은 독백의 기도, 혼잣말이라도, 간절함이 담겨있으면 하나님에게 감동을 주는 기도가 되지 않을까….
아이들처럼, 이렇게 기도를 시작해 보자. 어디선가 듣고 계실 테니.
- 안녕하세요! 하나님!
그리고, 지금 생각나는 딱 1명을 위해서 이렇게 기도해 보자. 역시 어디선가 듣고 계실 테니.
- 걱정하지 마. 기도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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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스터디 문제에 이런 그림을 그려놓은 (내가 예뻐하는) F를 위해서는, 무엇을 기도해야 할까? 이렇게 기도해 볼까?
- F가 아침에 잘 일어나서 밥도 잘 먹고 즐겁게 학교 생활하게 해 주세요. 아, 그림도 더 잘 그리게 해 주세요.
#하나님 #기도 #중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