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소나(Persona)
(2021.08.21.토)

by clavecin

* 페르소나(Persona) (2021.08.21.토) *


학기 초에 한참 유행하던 어떤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 K선생님이 나에게 말했다.


- 선생님, 여자 주인공을 보면 선생님이 생각이 나요..


나는 진.짜. 깜.짝. 놀랐다.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다가 들었던 멘트여서 앞자리에 밥을 내뿜을 뻔했다. 너무 놀라서.. 나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선생님이 (요조 숙녀처럼 한껏 얌전하고 점잖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서는, 막장드라마 같은 그 드라마에서 거의 발악하는 수준의 연기를 하는 여자 주인공을 보면서 나를 생각했다니!!! 그래서 내가 말했다.


- (눈을 똥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로) 맞아요...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죠...저에게서 그 모습이 보여요?????

- 네...보여요..(이 말에 더 깜짝 놀람... 사회생활을 위한 연기력을 더 갖추어야겠다고 다짐함..)


나름 솔직하게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 선생님들 사이에서의 모습과, 담임선생님의 모습, 음악수업 때의 모습, 콘서트콰이어 동아리 때의 모습, 또 집에서의 모습이 다 다르죠... 누구나 그렇듯이...


- 아마...제일 가까운 본 모습은, 콘서트콰이어에서의 모습일거예요.... 전문적으로 음악을 해야 하니까요.. (아마도 이 모습이 그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 모습과 비슷할 듯...) - 날카롭고 세심하고 꼼꼼하고 거칠고...

- 제일 좋은 모습은 아마도 담임 선생님의 모습일 것이고, 음악 수업 때의 모습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닐 수 있으며, 집에서는 완전 시끄럽거나 완전 조용하거나...

내가 속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닌데 항상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공통된 것이 아마 있을텐데 아마도 그것은, ‘까탈스러워 보임’이 아닐까 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읽는 것이다. 어쩔 것인가.. 잘 참아주기를 바랄 수 밖에..


혈액형, 별자리, 애니어그램과 MBTI까지, 한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지표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의 이 복잡한 성격을 이 아이들이 어떻게 다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싶다. 또 이 수많은 사람들을 이 몇 가지로 분류한다는 것이 난센스다. 나를 오랜 시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내 혈액형이 A형인 줄 잘못 알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 집에는 아무도 A형이 없는데..

누군가와 서로의 MBTI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MBTI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4개의 이니셜이지만 나에게는 워낙 복잡하고 잘 기억나지 않아서 체크까지 해 놓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했던 2번 모두 같은 것이 나왔다면 나는 사실, 그것인 것이다.


다른 때보다 왜 더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니, 다른 어떤 성격 지표보다도 나와 80% 정도 비슷하다. 전체 MBTI 중에 많지 않은 유형이라고 한다. 특징들 중 긍정적인 단어를 하나 꼽자면, ‘비범함(extraordinary)’ 이다. 역시 나랑 잘 어울린다. *^_^*..


학급 아이들의 MBTI 검사 결과를 담임 교사가 받게 되는데, 그 때마다 나와 같은 유형의 아이들을 찾아보며 생각한다. ‘내가 저런 모습일까??’ 다행히도 대부분 ‘겉으로는’ 흡족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다르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2학년 아이들이 나에게 달려와서 물었다.


- 선생님 MBTI가 OOOO죠? (기억나지 않음)

- 아닌데..? 내가 O(맨 앞 글자) 라고??

- 아니예요??

- 아닙니다..

- 엥?? 그럴 리가 없는데..

- 내가 왜 O 야..

- 당연이 그렇게 보여요.. 아...‘사회화된 O’인가 봐요..

- (폭소하면) 사회화된 O??? 그럴 수도 있겠다... 너희가 보는 것과 원래의 나는 다를거야..아마도....


오래 전, 학교 선생님들이 MBTI 검사를 하고 같은 유형끼리 앉았었는데 그 때 같이 앉은 선생님들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나는 깜짝 놀랐고 씁쓸했다. 아마도 그 쪽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한다...*^_^*..


내가 한때 좋아했던 J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왔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엄청 내성적이고 조용하지만 왠지 우울한 느낌의 J가 나름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좀 다르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려고 ‘노~~오~~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글쎄 나는 안쓰러워 보였는데 그의 MBTI가 INFP라고 하는 모습에 귀가 번쩍 뜨였다.


- J가 P라고??...그렇게 안보이는데..


“Persona(페르소나)”라는 단어가 있다. N 사이트의 영어사전 검색을 해 보니 이렇게 나온다.


-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특히 그의 실제 성격과는 다른, 한 개인의) 모습


우리 개인의 본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며 행동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자유로운,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솔직함이 대세인 시대가 되었다. 그게 좀 넘어서서 예의가 없어진 시대가 되었으니까.


어릴 적에는 엄청 활발하고 똑똑해서(?) 1년 일찍 학교에 들어갔지만 대학교까지는 조용하고 (겉으로는) 순종적인 모습이었던 내가,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이 ‘페르소나’라는 것을 사용하게 되었다. 페르소나 없이는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는데, 이게 ‘성숙’이라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나는 ‘속이는 것’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병일 때부터 나의 수많은 단점 중 최대 단점은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좋은 감정은 용케 숨길 수 있지만, 좋지 않은 감정은 조절이 잘 되지 않고 얼굴과 행동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은 아주아주 쪼금 통제가 된다는 것. 그것이 이 정도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모두들 나름의 ‘페르소나’ 즉, ‘가면’을 쓰고 지내야만 하는 사회생활에서 가끔은, 이런 것을 내려놓고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행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진다. 또 반면 오랜 시간 같이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불편한 경우도 많다는 것도 안타깝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 뭐야.. 이제는 거르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하기??


사람을 대할 때, 겉으로의 나타난 페르소나를 쓴 모습 이면의 진짜 모습을 헤아리고 볼 줄 알고, 그것을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곧 개학이다. 새로운 ‘페르소나 - 가면’을 준비해야 한다.



- 뮤지컬 <Phantom of the Opera>의 2막 1장 ‘Masquerade(가면 무도회)’ 부분..


이 뮤지컬 넘버는 우리 삶의 모습이다.


모두들 가면 몇 개씩 교대하면서 온갖 무도회에 참여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한 규칙 몇 가지..


1. 제 때에 제대로 된 가면 쓰기

2. 벗겨지지 않도록 조심하기

3. 때로는 벗어보기

4. 벗어도 될 만한 곳과 사람을 잘 구별하기

5. 가면만 보고 상상했던 것과 다른, 진짜 모습을 보게 되더라도 실망하지 않기

6. 내 모습일 수 있으니..

7. 가면을 쓰고 진짜 모습 표현하지 않기

8. 상대방이 헷갈릴 수 있으니..

9. 가면 너머의 진짜 모습 구별하는 법 배우기

10. 대부분 가면을 벗지 않을테니...


https://www.youtube.com/watch?v=LFoRQPMWw5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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