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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헌문학 Oct 22. 2023

도로의 십자가들


크러치 조절하면서 도로를 달리다보면요. 

도로 위에 반짝이는 대형전광판을 보게 됩니다. 

'현재 대기오염지수는 얼마입니다'라면서 

정상기준치와 대기오염지수를 비교해 보여주는 거요.     

곧이어서는 그 전광판엔 나무가 정화해내는 공기의 양을 공개하면서 

'나무를 심자'라는 메시지가 뜨던데요.          

전광판 뿐 아니지요. 

도로를 달리다 보면 또 한가지 '나무를 심자'는 캠페인 그대로 

도로 위 차량 양옆으로 

줄지어 늘어선 가로수가 한 눈에 확 들어오지요.      

매연 내뿜는 차량 사이로는 가로수가 햇살분말 떨궈 

눈 감아버리게 할 만큼 반짝반짝 광명 비추고 있는거에요. 

햇살을 잔뜩 들마신 활엽수림은 만족스레

한 낮의 횃불 싱싱하게 켜두었더군요.     

요즘 '자외선 지수다, 뭐다' 해서 환경오염에 대한 말들이 참 많지요.     

나무들은 엽록소가 먹은 햇살 밥의 에너지로 

주변 탁기를 청명한 기운으로 세척해놓습니다. 

나무는 이렇게 우리가 더렵혀놓은 대기를 정화해주죠.     

어쩌면 십자가인 양, 그래, 그렇게요.


'나무' 하니까 생각나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화면에는 마구잡이 전투적으로 산림의 나무들을 모두 배어내서는 

그 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그 종이는 어느 검은 공장으로 보내져 주먹형상에 전쟁을 선동하는 

'WAR ! 라는 문구가 적힌 참전을 선동하는 전단지'로 찍혀나오는 모습이 한 동안 흘렀지요.      

그런데요. 이 공장에 비틀비틀 무거운 페인트통을 나르던 소녀인부가 

그만 실수로 검은 점을 살짝 떨어뜨리고 말았거든요. 그러니까요. 

'검은 주먹'은 다시 그 포스터의 원료였던 '나무'의 형상으로 변형돼있는 거예요.      

그리고요. 전쟁을 뜻하는 글자 'war'라는 문자는요.

나무의 온화함을 뜻하는 'warm'자로 찍혀 나오고 있는게 아닌가요. 

검은 공장지대는 이내 나무들 무성한 녹원지대 흰 공장들로 변해 있구요.     

화평을 부르는 나무의 신비. 곰곰 새겨 볼수록 아름답지 않나요.          

6얼 5일은 우리 곁의 이 나무들과 대기, 물과 동물들을 떠올려 보는 '환경의 날'입니다.

내 주변에 항시 숨 쉬고 있는 환경의 소중함을 얘기한다는 게 새삼스럽긴 하지만

그러한 너무도 '당연한 은총'에, 그러니까 미처 그 은혜를 잊고 있었던

자연과 나무, 그 같은 존재들에 진정 감사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그러고보니 주말인 내일은 또 현충일이네요. 

초등학교 때 도덕 교과서에 삽화로 보고 했듯이요.

그렇게 현충일이라는 도리에 맞게 

아이들과 국립묘지에 가서 비어있는 무명용사의 묘 그 어디께에 헌화도 해보고 

푸르른 6월. 이 찬란한 녹음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주신

자연과 선얼에의 가치를 음미하고 감사와 정성을 표한다면. 

진정 풍요롭고 여유로운 정신의 품새를 가질 수 있겠죠.      

그치만요. 또 정말 그렇게 실천한다는 건 

우리 인생을 도덕 교과서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또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인 게 또 사실이예요.     

그러니 그저 마음이라도 그리 정갈하고 의미있는 하루를 꾸려갈 수 있다면.

그런다면 그 만으로도 충분히, 도리에 닿을 겁니다. 

그러한 마땅한 '도리' 한 줌 만큼은 마음 속에 꽉 쥐고 있는 

미약하나마 최소한의 도리를 지켜가는 그런 삶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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