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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Rule은 공정하지 않다

'규칙'과 '기준'

by 까칠한 꾸꾸

1980년대,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12년에 개봉한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라는 영화가 있다. 군사정권시대 1980년대 부산세관을 배경으로, 1990년 10월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때까지가 작품의 배경이다. 단언컨대 연출, 시나리오, 연기, 음악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은 최고의 범죄영화이다.


"저, 깡패 아입니다.공무원 출신입니다."
"느그아부지, 우리 형님의 할부지의 9촌 동생의 손자가 바로 익현씨인기라"
"이기 십억짜리 전화번호부다. 십억짜리..금마들 내 절대 몬 잡아넣어"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욕망


주인공(최익현 역, 최민식)은 '무슨 수를 쓰던 돈을 많이 벌어서, 남보다 잘 사는 것'이 인생 목표이다. 얽히고설킨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엮어 편법과 권모술수로 욕망을 쫒는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본성)은 사회적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면, '돈과 권력'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동하게 한다. 또, 그것이 능력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도 쉽다.


지금이야 이해할 수 없고, 부끄러운 그 시절 모습이만, 80년대 국민학교에서는 '촌지' = '예의', '존경, '성의 표시'였다. 한 반에 60여 명 아이들 틈에서 치맛바람 날리는 엄마를 둔 아이는 선생님의 유난한 관심과 칭찬을 들었다. 코흘리개 아이들이라도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있었다.


길거리 교통단속 경찰에게 과속이나 신호위반으로 걸리면 운전면허증 뒤로 몇만 원을 접어 쥐어주면 경례를 받고 없던 일이 되고, 공무원에게 '급행료'를 지불하면 누구보다 빨리 인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필요악적 지대(Rent)


사회가 이러하니 누구 하나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서로 남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눈치를 보고 적당량의 지대(rent)를 윤활유로 사용할 줄 알아야 했다.


이렇게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는 투자를 통한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하다. 어느 바보가 믿을 수 없는 기업(사회)에 투자를 하겠는가?


최근 주목받는 ESG경영도 이런 맥락이다. 성과를 얻어가는 과정에서의 정당성까지 갖춘 기업만이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치소비, 공정거래를 중시하는 요즘시대에 각종 부패리스크로 시끄러운 기업이 어떻게 시장에서 퇴출 되고 있는지 보게 된다.

사회시스템으로써 반부패법령 제정 추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바꾼 세상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논쟁이 시작되고, 2016년 제정된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과거 '부끄러운 일' 정도로 쉬쉬했지만, 내심 부당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끼던 행동들이 명확하게 '위법 행위'로 규정되었다.


정해진 기준(Rule)은 알겠지만, 끈끈한 우리 사이에는 절차나 순서를 위반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 그러면, 나도 다음에 대가를 지불할께! 라는 특별한 혜택을 바라는 관계로 얽힌 마음이 '부정청탁'에 담겨 있다.


입법 초기만 해도 '인간관계가 야박해진다.', '상부상조 미풍양속에 맞지 않다.', '기자와 사립학교 교직원들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 등등 비판이 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청탁금지법 시행효과 분석을 통한 발전방향 모색 연구(권익위, 2021.10)』
한국리서치 설문결과,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
공직유관단체 97.5%, 공무원 96.3%, 국민 87.1% 긍정평가


인사청탁을 예로 보자. A 임원이 같이 일했던 K과장의 승진이나, 개인적 원한이 있는 R과장 징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실현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다.


누군가가 혜택을 받으면 나머지 모두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무너진 시스템에 대한 신뢰에 따른 손해는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이 미친다.


<청탁금지법>의 본질은 이런 'Rule'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Rule'을 지키지 않고 시스템을 훼손하는 사람들을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묻지 않고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공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신고하고, 질문하고, 관심을 가지고 유지해 나아갈 책임은 시스템에 관여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기준이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면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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