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머들만의 약속
"수영장 텃세 없어?" 수영 다닌다고 하면 이런 걸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질문은 이미 수영장 텃세를 겪어봤거나, 다른 운동에서 텃세 때문에 고생 좀 해 본 사람들만 묻는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텃세가 있을 것이라 생각조차 못 하니까.
수영은 생활체육 중에서도 마니아층이 매우 두터운 운동이다. 수영 경력이 20~30년 되는 분도 생각보다 흔하고 한 수영장에만 10년 이상씩 다닌 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분들이 수영장 지키미처럼 수영장의 이곳저곳 이 사람 저 사람을 신경 쓰고 다니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텃세라고 말하곤 한다.
그치만 나도 몇 년째 수영을 하다 보니 그들의 말이 마냥 텃세는 아니라는 걸 알았다. 수영장에서 지켜야 하는, 꼭 필요한 룰일 때가 많다. 물론 진짜 텃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렇다면 수영장에서 지켜야 하는 꼭 필요한 룰이 무엇일까?
정말 중요한데 강사님이 그런 건 잘 가르쳐주질 않는다.
그래서 비기너를 위한 수영장 룰을 얘기해보겠다.
1. 씻고 들어가자. 제발..
나도 샤워실에서 종종 모르는 회원에게 말을 건다.
"회원님.. 머리 감고 들어가셔야 해요."
그들의 대답은 늘 똑같다.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집에서 감고 왔어요."
애석하게도 그 말은 통하지 않는다. 모두가 집에서 감고 왔다고 하지만 누구도 알 수 없다.
수영장은 공중위생법에 의거해 관리되는 시설이다. 그만큼 모두를 위한 위생 관리가 중요하단 말이다.
시설장이 지켜야 하는 일이 있듯, 회원이 지켜야 하는 일은 입장 전 샤워, 수영복 입기 전 샤워. 제발.
(다른 얘기지만 왜 수영장 오기 전에 머리를 감는지 궁금하다.. 난 머리 감으러 수영 가는뎁..!)
타인에게 나체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수영복을 집에서부터 입고 오는 회원도 있다.
수영장은 모두가 벗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체의 인간보다 락커룸,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람에게 더 눈이 간다.
그 말은 즉슨 모두가 당신을 공중위생을 해치는 인물로 경계하고 있다는 말.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싶지 않다면 수영복 착용 전 샤워를 하자.
2. 음파연습은 초급 레인에서
비기너의 실수에 늘 너그러운 나지만 누군가 상급 레인에서 수영을 방해할 때는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난다.
물론 항상, 처음부터 짜증나는 것은 아니다. 기록을 재고 있거나 대쉬dash-전속력으로 돌진하는 수영-를 연습할 때는 '하이고 선생님 비키셔요'소리가 나온다. (입 밖에 내진 못함)
자유수영 레인은 보통 초급, 중급, 상급으로 나뉜다.
나의 수준에 맞는 레인을 이용해야 나도 편하고 다른 스위머들도 편하다.
나 역시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상급 레인에서 발차기를 연습하다가 상급 스위머에게 사과를 한 일이 있다.
반대로 접영 대시를 연습하다가 내가 가까워질 때까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 비기너와 부딪혀 다친 적도 있다.
초급 레인은 모두가 비기너여서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나도 그런 이유로 가끔 초급 레인에서 천천히 자세를 연습하기도 한다.
비기너는 초급 레인을 마음껏 즐기길
3. 터닝 타겟 비워주기
터닝 타겟이란 수영장 레인 시작과 끝에 턴 하는 지점을 말한다.
비기너들은 25m 가는 것만으로도 고되기 때문에 턴을 안 하지만 상급 스위머들은 50m, 100m 단위를 기본으로 설정한다. 그래서 25m 양 끝점에서 턴을 한다.
그런데 간혹 터닝 타겟(터닝 포인트)에서 서서 쉬고 계신 분들이 있다.
터닝 포인트에 사람이 있으면 턴을 할 수 없어서 수영을 중간에 끊어서 하거나 턴 없이 몸 방향만 바꿔서 수영을 해야 한다.
스위머들에게 턴은 속도단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턴을 못 하면 수영 연습을 못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터닝 타겟을 비우고 레인 사이드에서 쉴 것!
난 이 룰들을 눈치채는 데 몇 개월이 걸린 듯하다.
지금 생각하니 크게 뭐라고 하지 않고 나를 너그러이 봐준 상급 스위머들 덕분에 비기너를 탈출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는 "it takes whole village to raise a kid"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처럼 한 명의 체육인을 만드는 데 한 운동장이 필요한 듯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 운동장의 요소가 되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