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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BA Oct 11. 2020

내가 지금 읽는 책들이 내가 된다

You are what you read

최근에 책장을 정리했다.  마치 옷장의 옷을 정리하다 느낀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컬러, 소재만으로 옷을 모으듯이, 내 책장의 책들도 내가 살았던 그리고 열망했던 한 시기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한참 육아에 빠져 있을 때 사모았던 책들. 삐뽀삐뽀 119로 시작하여 오은영 박사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그리고 아이가 좀 더 내 육아 멘토가 되었던 오소희 작가의 "엄마 내공"과 그녀의 아들과 함께한 모든 여행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와 그녀의 설렘과 용기 가득했던 책들. 그 책장 한편에 수줍게 꽂혀있던 "숙제의 힘" "하루 10분 엄마 습관" 등 대놓고 공부시키는 법에 관한 책들. 난 그렇게 조금씩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외에 엄마가 아닌 나라는 사람으로서의 책들 중에 많은 책들은 여러 번의 이사 때마다 아이의 그림책과 공룡백과에 밀려 아름다운 가게에 단행본으로 기증되었다. 그 책들 중에는 마종기 시인의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도 있었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도 혜민스님의 책들도 있었다. 미국에서부터 가져온 마케팅 원서나 비즈니스 관련 서적들도 어김없이 버려졌고 그들을 비워낸 자리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Dave Pilkey의 Captain Underpants 나 Dog Man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책장을 가득 채운 또 하나의 최근 수집 목록으로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사노 요코 작가의 "사는 게 뭐라고", 사사키 후미오 작가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소노 이야코 작가의 "타인은 나를 모른다" 무레 요코의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가 있다. 마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이 책을 고른 사람이 선택한 다른 책들"에서 나온 리스트대로 마구 사모은듯한 책들이다. 좀 더 힘 빼고 살 것, 그리고 놓쳤던 일상에서의 즐거움, 그리고 신경 끄고 내 삶에 집중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난 이 책들의 읽으며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외에 내 도서 목록이지만 책장을 차지하지 않은 많은 책들은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던 법륜스님의 "지금 이대로 좋다" "행복" "야단법석 1" "야단법석 2"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 (최근 구입), "내게 무해한 사람" 등이다.  


나와 아들이 좋아하는 작가인 요시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의 한 부분에는 한 사람의 독서 목록을 분석하여 범죄자의 소재지를 파악하여 (그는 최근에 "일본의 벼랑 101선"을 읽었다) 그를 체포하고 또 이전에 읽었던 책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하여 그에게 스스로 자수를 하도록 설득하는 장면이 있다. 이 책대로라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본다. 


미국의 한 신문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한국의 정부기관에서 통상부 관련 일을 하다 홍보 마케팅 전문가로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 지금은 더 나아질 것도 나빠질 것도 없어 보이는 외국계 기관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10년째 근무 중이다. 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한 걸까, 아니면 단순하게 살면서 행복을 운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도 같다. 아니면 오늘부터라도 새로운 책을 사모아야 할 것 같다. 이왕이면 "부동산 부자가 되는 법"이라도 구입해야 할까 살짝 고민도 해보지만, 역시 내게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강민호 작가의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최재웅 작가의 "포노 사피엔스" 그리고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를 챙기기로 했다.

오늘도 잠시 후의 자신을 만들어줄 책을 고르고 있을 당신에게 조심스러운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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