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남겨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엄마가 처음 병원에 간 건 2023년 12월 말이었다.
가벼운 류마티스 증상으로 시작된 통원치료였지만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치료 과정에서 폐렴 소견이 나왔고, 엄마는 불현듯 폐 섬유화가 진행되어 자가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됐다.
1월달 내내 폐가 굳어지는 것을 완화시키기 위해 시중의 약들을 다 써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엄마는 일반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산소호흡기 성능으로는 부족해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된다.
중환자실의 엄마를 처음 면회했던 날,
항상 멀끔하고 향기가 났던 엄마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고나서야 나는 상황이 심각함을 깨달았다.
엄마 손을 꼭 잡고 금방 일어날 수 있을거라 안심시켰지만 속으론 겁이 났다.
작년 봄, 부모님께 처음 여자친구를 소개하고 여름휴가때 다함께 시간을 보냈던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앞으로는 그런 행복한 시간을 갖지 못할까봐 내심 불안했다.
산소포화도-수면마취- 폐 이식 알아보기…
하나하나가 생명이 깎여나가는 단어처럼 느껴졌다.
‘병세가 악화된다’는 말은 곧,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호전이 없어 병원을 옮기고도 싶었지만
이송 과정에서 앰뷸런스 산소호흡기 환경이 버텨주지 못한다는 점,
지속된 파업으로 의료진이 부족하고 중환자의 전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가족 모두 애가 탔고, 아빠는 혼신을 다해 ‘시간’과 싸웠다.
왕복 3시간 거리의 병원을 매일 같이 방문해 엄마와 시간을 보냈고,
집에 돌아가서는 그 시간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며 또 다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눈에 띄는 호전도 없었고, 치료는 반복됐고, 상황은 나빠졌지만 아빠는 그 시간마저 붙잡으려 애썼다.
무력한 상황에서 병원에 앉아 있는 아빠의 옆모습은 묵묵했지만 2개월이 넘어가자 조금은 지쳐보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빠는 그 무게를 온전히 혼자 짊어지고 있었다.
그 침묵 안에는 얼마나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을까?
자식된 입장에서,
아직 반려자를 간호한 적 없는 입장에서 아빠가 겪는 외로움과 그 시간의 무게를 완전히 알 순 없었다.
나는 그저 아빠가 매일 싸우고 있었단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아빠는 어떻게 그 시간들을 혼자 견뎠을까?
과연 나도 아빠처럼 한 사람의 곁을 끝까지 지켜내는 반려자가 될 수 있을까?
비록 나는 그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는 아빠의 걸음에서, 손길에서, 병실을 드나들던 그 모든 날들 속에서 자신을 향한 간절함을 느꼈을 것이다.
아빠가 병실로 향하던 그 걸음은 단순한 책임이 아니라 반려자로서 건넬 수 있는 가장 깊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