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가장 빛나는 순간
당신은 유난히 화려한 외모를 담고 있었어요. 멋이 잔뜩 든 긴 머리가 노랗게 탈색 되고, 징이 박힌 나팔 바지가 슥슥 바닥을 문질러 댔죠.
익숙한 듯 멘트를 하고 어느덧 조명 아래서 노래를 불렀어요. 의자에 걸터 앉아도 , 그 긴다리가 무대를 넘쳐 삐죽 밖으로 매달렸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달디단 목소리로 조곤조곤 노래를 불렀죠. 아주 어릴 때 엄마가 전축에 자주 틀어 놓던 그런 노래들 말이에요. 그리고 날 위해 김광석의 노래도 잊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테이블에 다가와 자리에 앉은 당신은 만담꾼이었어요.
"내가 왕년에..."
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을 인상 좋은 장사꾼이 보따리를 풀듯이 하나씩 꺼내어 늘어 놓았죠. 화려한 입담만큼 화려한 옛날일이 지금처럼 생생했어요.
그리고 또 결국엔 조심히 먹고 살기 힘들다는 투정들 지금의 당신 이야기는 툭 스치듯 짧았죠.
그리고 때가 되자 다시 연주를 시작했어요. 무대로 향하는 절뚝이는 다리가 오늘따라 눈에 아리네요.
그래요.
결국 사람이란,
가장 화려했던 시절에 갇히고 말죠.
그 시절 나는, 그때의 우리는 돌아오지 않아도 언제나 진행형이죠. 너무도 따뜻하고 그리워서 결국 맴돌고 말죠.
.
.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
너무 맑아 무색무취의 밤공기를 마시다 주저 앉아 울 뻔했어요.
내가 갇힐 화려함이 지금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살갗에 오돌도돌 돋아 마음이 절뚝 거렸어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밤이 깊었으니 이제 잘래요.
그러지 않았으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루 더 늙으러 가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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