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약속은 어기라고 있는 건가?
2016년 , 어느덧 4월이구나. 농사꾼은 한 해의 농사를 위해 연초가 되면 땅에 거름을 주고 토양을 비옥하게 준비한다. 아무리 좋은 씨앗도 기본이 잘 다져져야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은 모든 일에 적용된다. 나는 2016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던가.
어영부영 올해의 두 번째 분기로 넘어왔다. 늘 그렇듯 1월에서 3월까지는 의욕이 폭발해 계획만 장황하게 짜다가 끝난다.
매년 그렇듯 아자아자! 이러다가 응, 으응? 어? 하다가 오늘만, 오늘만 하다가 결국 4월이 되면 으 힘들다. 내일부터 내일부터가 된다. 어이쿠 두야.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초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렁뚱땅 넘어가 숨어 버린다.
뽜이어를 외치며 의욕 넘치게 계획했던 일들도 하나 , 둘 작은 흔들림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나는 날씨에 좀 민감하다. 내가 생각해도 별의별 이유가 다 있겠다 싶다. (그냥 게으른 건가)
착수 장애는 계획 곤란과는 다르다. 계획 곤란은 과제를 완수하는 데 요구되는 충분한 시간을 앞두고 과제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하위 목표들을 완수하는 데 시간을 비현실적으로 생각하거나 순진하게 생각해서 생기는 일이다.
혹은 마침내 자리를 잡고 일에 착수했는데 정작 필요한 물건이나 재료가 갖춰지지 않아서 제 시간에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두 가지 문제점 모두 미루기 그 자체보다는 계획성의 부족으로 인해 생긴다.
어떤 사람은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도전적 과제를 시도하는 상황이다 보니 일을 미루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일에 착수하지 못하기도 한다. 과제를 부분 요소로 나눌 수 있게 도와줄 지도교사 같은 사람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풀리고 마음도 풀리고 룰루랄라 봄의 여신이 자꾸 유혹하면, 어느덧 해야 할 일들보다 사진기를 들고 콩밭에서 마음이 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난 왜 이렇게 실천력이 약할까? 계획은 매번 빵빵하게 세우는데. 오늘은 그것에 대해 여러분과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땐 초등학교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해야 하는 게 있었다. 생활계획표. 그러니까 크고 나면 대학생은 수업시간표 일 테고, 직장인은 스케줄러가 될 것이다. 한두 번 그려보고 , 한 두 번 말아먹은 게 아닌데. 도대체 사람들은 왜 계획을 세우고, 왜 스스로 만들고도 지키지 못 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계획이란 목표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을 뇌의 범주화라고 하는 데, 예를 들어 인간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한다. (하물며 자신이 소유한 차, 악기 등 에도 이름을 붙인다.)
그것은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고 기억하려는 노력과 같은 데 특히 애정 하는 것일수록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있다. 가령, 하루의 계획표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행위는 유독 지키려는 경향을 보인다.
식물계에 붙여놓은 이름들이 엄밀하게 보면 대부분 불필요한 것이라는 사실만 봐도 이름을 붙이고 범주화하려는 인간의 선천적 열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식용 가능한 식물은 3만여 종인데, 그중 귀리, 옥수수, 쌀, 밀, 감자, 유카, 수수, 기장 콩, 보리, 호밀 등 겨우 11종이 인류가 먹는 식물의 93%를 차지한다. 우리 뇌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질서 잡힌 구조 안으로 체계적으로 분류해 넣을 때 기분 좋게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도록 진화되었다.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틀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적이 나타나든 뭔가 새로운 것이 나타나든 분류와 방어가 쉬울 뿐 아니라 빠른 판단력이 생존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틀을 만드는 작업은 일단 오감을 통해 신호가 들어오면, 해마와 공동 작업으로 이 세상을 패턴화 시킨다. 그 결과 가끔 구름을 보면서 "저건 강아지 모양이네."라든지, 여자에게 "내가 아는 사람하고 엄청 닮았네요."라는 말을 건네게 되는 것이다.
틀은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이다.
계획을 짠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시간을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고정된 틀(생각)로 결정하고 반복적 행위를 통해 성격화 또는 습관화 하며 살아가겠다는 결심이다.
예를 들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고정적으로) 일어나 영어 책을 (반복해서) 보고 싶다라던지, 적어도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습관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을 짠다. 그것을 스스로 습관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생활의 틀을 잡겠다는 것이다.
뇌의 변화 감지기는 당신이 알게 모르게 항상 작동하고 있다. 가까운 친구나 친척과 전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다르게 느껴지면 당신은 감기라도 걸린 게 아니냐고 물어보게 된다. 뇌가 변화를 감지하면 이 정보를 의식으로 보내지만, 변화가 없을 때는 명쾌한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가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말로 하면 그 목표는 내가 가볍게 이룰 수 있으며 오히려 목표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기에 대한 믿음이다. 불안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욕심에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한다. 곧이어 거대한 목표에 압사당하는 느낌으로 긴장하고 불안해진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목표와 이루지 못할 계획들로 매일 밤 불안에 떨며 자학 모드로 들어간다. 오히려 엄두가 안난다는 거다.
"나는 무엇을 해야 되는 데. 며칠까지 나는 무엇을 할 거야. 나는 무엇이 되어야 만 하는 데."
당신 지금 혹시 이런 가정법들이 가득한 생각들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가?
지키지 못 할 계획이 겹겹이 쌓여서 어느 새 말도 안 되는 과업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에너지가 방전되는 순간, 다시 시도할 힘이 없다.
그것은 실제로 복잡한 사회와 밀려드는 정보 처리에 압사당해 가끔 번-아웃을 경험한다. 그것은 업무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중압감이라는 심리적인 신경 쇠약에 걸리는 것이다. 병이 난다는 거다. 드라마에서 왜 고민있는 사람이 그리 머리를 싸매고 눕는지? 신경을 온통 이루지 못 할 상상의 목표와 처리 할 수 없는 계획들에 에너지를 뿜 뿜 하고 있으니 멀쩡한 것이 이상할 수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가 컴퓨터화되면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힘든 일은 모두 컴퓨터가 처리하고, 인간은 좀 더 귀한 목적을 위해 일하고 좀 더 많은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유시간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었다.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자기들이 하던 일을 소비자에게 넘겨버렸다. 부가가치 서비스의 일환으로 회사들이 해주던 일들을 이제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
항공 여행의 경우 이제는 예약부터 체크인까지 모두 우리가 직접 마무리해야 한다. 슈퍼마켓에 가면 자기가 산 식료품들을 직접 봉지에 담아야 한다. 사실상 우리가 회사를 대신해서 일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를 그림자 노동이라고 한다. 그림자 노동이란 기존 경제와 나란하게 움직이는 일종의 그림자 경제를 상징한다. 그림자 경제 안에서는 회사의 서비스 주 상당 부분이 고객에게 전가된다.
우리는 타인의 일을 대신해주면서 돈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21세기가 찾아오면 누리게 되리라 생각했던 여유시간을 상당히 많이 빼앗기고 있다.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또 재밌는 것은, 평소와 다른 계획, 그러니까 평소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틀을 가진 사람이, 난 내일부터는 운동을 매일 할 것이다.라는 틀을 짜는 순간 우리의 몸과 뇌는 주의력을 활성화시킨다. 그것은 집중으로 이어지기는 데, 때로는 새로운 것보다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도 한다.
내 속의 여당과 야당이 싸운다. 그동안 잘 살았는 데 왜 기존의 틀을 깨버리는 거지? 이런 무의식이 작동하면 우리는 운동을 가려다가도 '오늘은 피곤하니까, 오늘은 비가 오니까, 오늘은 오늘이니까.'라는 별에 별 이유를 다 갖다 대며 새로운 계획 (틀)을 만드는 것을 방해한다.
우리는 무엇의 실행하는 동기에 앞서 생각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 생각 -> 그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새로운 범주를 배우거나 만들 때마다 미상핵과 함께 전전두엽 피질 - 시상 고리를 불러내는 회로에 신경 형성이 일어난다. 여기에는 지각 공간에 대한 저해상도 지도(해마 연결)가 들어있다. 이것은 범주화 공간을 지각 자극과 연관시킨다. 당신이 규칙에 따라 항목들을 정확하게 범주화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시냅스를 강화한다. 만약 분류 규칙을 바꾸면 대상회 피질이 활성화된다. 범주의 형성과 유지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과정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우리는 인지적 편향 때문에 추론 과정에서 많은 오류를 만들어낸다. 의사결정을 할 때도 뇌도 지름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 빅데이터와 마주할 때 더욱 잘 일어난다. 이런 것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떻게 정보를 처리해야 할지 몰라 크게 휘둘리기 쉽다.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작심삼일 해 본 적 없는가? 필자는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다. 물론 세우는 족족 모든 것을 클리어하고 도파민 보상을 받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은 필시 지금 뭔가 달라도 다른 삶을 살 것이다. 사소하지만 엄청난 끈기가 요구되는 계획들을 당신은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우리도 그렇게 될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은 다음 편에서 살펴보자.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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