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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Feb 07. 2017

17. 안부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저는 요즘 복잡해요. 그리고 단순해요.

어느 날부터 운명에 굴복해버렸더니 아주 편안해요. 하지만 운명은 늘 미친년 널뛰듯 뛰어댔고 저는 그래서 꽤 복잡해요. 운명에 맞서는 자아가 좀비처럼 벌떡벌떡 일어나 영혼 없이 걸어 다니지만 이내 뜨거운 태양에 부식되고 말아요.


무슨 글을 쓸지, 무슨 책을 읽을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야, 세상 사람 지금 다 힘들어. 그리고 누구나 헤어지고, 전부 웃고 있지만 집에 갈 때는 혼자야. 그러니까 너 정도면 배부른 소리야. 그냥 대충 살어. 너 고민한다고 어차피 해결되냐? 해결 안돼. 그냥 적당히 하면 적당히 살잖아?"


라는 말로 저를 위로인 듯 비웃는 듯 안정시키려고 해요.


왜요?


힘들면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안돼요? 그러고 싶은데 그런 소리는 이제 너무 들어서 지겨운 거에요? 아니면 자기도 살기가 나무 밑둥처럼 보잘 것 없어서 그런건가요?


타인의 고통보다는 타인의 성공을 더 듣고 싶어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죠. 공감 같은 거는 우리 그동안 너무 했잖아요. 그래요. 서로 알잖아요. 얼마나 뻔하게 살고 있는지. 안 봐도 다 알자나요. 얼마나 뺑이 치고 있는지.



아, 저는 요즘 복잡해요.




아니에요. 꼭 당신때문은.


그냥.


막 정신없이 열정적으로 살면

막 다 알 것 같은 데

알고 보면 텅 빈 상자를 좋다고 흔들어 대고 있었어요. 가득한 기대로 예쁜 포장지를 풀고 풀고 또 풀어도 들어있는 건 질소뿐이에요. 왜 때문이죠.


매번 나는 이 일이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이 일이 행복하지 않다.

아니다 나는 이 일을 해야만 한다. 나는 이 일을 할 때 행복하다.


혼자 몇 번이나 자아분열을 일으키고는 하죠. 그리고 아무런 결론도 없이 또 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요. 왜 그런 걸까요. 저는 저를 찾고 있어요. 그렇게 평생 이 곳에 존재하고 있는 저를 찾아 떠났다가 절대 찾지 못한 채 결국 구천을 떠돌지도 몰라요. 그리고 등신같이 눈 감는 마지막 날에나


'아, 나는 여기 있었구나. 평생 존재하지도 않는 보물섬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만 낭비했구나.'


할지도 몰라요.


그렇죠?








당신은 행복한 거죠?



https://youtu.be/hYMqu4dei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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